박정아 (금병초등학교 교사)

한 달 전 학교에서 3학년 수업을 참관하였다. 사회과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 모습’을 마무리하는 수업이었다. 수업은 배운 주요 개념어를 각자 찾아 공책에 정리하기, 내가 찾은 주요 낱말을 모둠 친구들에게 설명해주고 토의해서 모둠 퀴즈 만들기, 모둠에서 만든 퀴즈를 스피드 퀴즈로 맞히기 활동으로 연결됐다. 학생들은 개인학습을 할 땐 차분하게 낱말을 찾아 설명하는 말을 쓰고, 모둠 활동을 할 땐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질문하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스크 속으로 아이들 입가의 웃음이 보일 것만 같았다. 전체 학생들 앞에서 모둠이 만든 스피드 퀴즈를 맞힐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친구들을 응원해 주었다. 

‘장신구’, ‘토기’, ‘청동’, ‘농경사회’, ‘온돌’ ‘초가집’, ‘빗살무늬토기’, ‘생활 도구’, ‘가마솥’, ‘움집’, ‘기와집’, ‘농사’ 등 30개 가까이 되는 단어들을 글로 정리해냈고, 친구에게 자기 말로 설명해주고, 또 다른 친구가 설명한 단어를 알아맞혔다. 선생님은 수업 내내 안경 너머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아이들도 선생님을 편안히 의지하고 있었다. “뭘 찾아야 하지? 낱말이 많으니까 뭐부터 해야 하는지, 어렵네”라는 말을 귀담아 두었다가 조금 지난 후 그 말이 나온 모둠으로 다가가서 “중요한 단어는 그림과 사진에 있으니 함께 찾아보면 된단다”라고 학생들의 멈칫거림을 배움으로 끌어 올려 주셨다. 학생들이 잘 배우는 것은 물론 서로 돌보아 주는 우정어린 분위기, 참 이런 게 안전하고 돌봄이 있는 배움이구나! 라는 생각에 수업 참관 내내 작은 소름이 올라왔다. 

수업을 공개하신 선생님은 “학생들이 잘 배웠다는 것을 알려면 배운 내용을 자기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배운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적절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3월에 새 학교에서 새 아이들을 만났는데, 아이들 한명 한명의 특성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고, 학생들이 어디에서 주춤거리는지, 어떤 동기를 유발할 때 분발하는지, 어떤 아이와 연결해 주면 더 좋은 배움의 관계가 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주 바쁘고 힘들었지만 제한 등교 상황에서도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날마다 학교에 올 수 있었던 여건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전교생이 300명 이하이면 학교 재량으로 전면 등교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가르치고 있는 우리 반 학생은 14명입니다. 교실 안에서 거리 두기도 가능했습니다. 대규모의 학교 행사를 하거나 교외 체험 학습은 할 수 없었지만, 일상적인 교실 수업을 하는 데는 큰 장애는 없었답니다. 작년까지 근무하던 큰 학교 과밀학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요. 지금 같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은 학급당 학생 수는 16명이 넘지 않게 법제화하는 것, 조금 더 고려한다면 유치원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1학년은 10명이 적정한 학급당 학생 수인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학교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교육의 본령은 만남을 바탕으로 한다는 중요한 깨달음도 함께. 다만 디지털 수업 환경 조성에 집중하거나 원격수업과 제한 등교 등, 미봉책만 반복하는 상황으로는 지금의 교육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4천952개 학급은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을 초과하고 있다. 내가 있는 학교처럼 안정적으로 학생들이 질 높은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의 해답은 위 수업 장면과 교사의 말에 다 담겨 있다. OECD가 밝힌 코로나19 등교 수업의 주요 변수는 학급당 학생 수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 무엇할까? 조금 앞선 나라 영국, 프랑스는 안전한 등교 수업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줄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 즉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입법이 예고되었지만 늦어도 많이 늦었다. 학교현장에서 구현되려면 오랜 시간을 또 기다려야 하는가? 정부는 모든 학생이 헌법적 가치인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 줄이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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