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우드(dream wood)’

춘천문화예술회관 옆 골목을 걸어 들어가다 보면 ‘dream wood’라고 적힌 간판을 단 아담한 2층 주택이 보인다. 상가도 아닌데 주택의 1층에 길거리로 문을 내 상점처럼 꾸민 넓지 않은 평수의 수상한 공간과 마주치게 된다. 끌, 정, 망치, 톱, 드라이버와 같은 익숙한 공구는 물론 절삭기와 같이 생소한 연장도 걸려 있는 벽면을 보다 보면 여기가 기계를 파는 공구 상점인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다. 

궁금한 마음을 누르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보면 공간의 정체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작은 소품들로부터 널빤지 크기의 목공예 작품까지 다양한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다. 각종 펜, 주방 소품, 인형, 장난감 자동차, 도마가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서각, 전직 대통령 초상 목각, 액자 등의 굵고 강한 인상의 작품들도 전시 공간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예쁘고 세련된 느낌의 작품이 많아 오래 눈길을 붙잡았다.

2층 주택의 일부이지만 길가로 문이 나 있어 상가의 느낌을 주는 박창섭 작가의 ‘dream wood’ 공방

이곳은 박창섭 작가의 개인 작업실이자 전시실이다. 박 작가는 가정중학교 과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기숙학교라 주중에는 학교에 기거하고 작품 활동은 주로 주말에 한다. 목공예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 주중에도 방과 후 동아리 학생들에게 목공예를 지도하기도 한다. 

박 작가는 직업은 아니고 취미생활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공방의 범상치 않은 도구와 작품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다. 결코, 취미 수준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다. 작은 소품 하나에도 많은 정성을 들이고 다듬은 손길이 느껴졌다. 모든 작품이 갖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작품 활동 입문은 재미 삼아 일상생활에 필요한 나무 재질의 소품이나 가정에서 필요한 가구, 선반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2005년 목각, 서각을 하면서부터다. 2013년 아파트에서 현재의 주택을 새로 지어 입주하면서부터는 공방을 차렸다. 현재의 ‘드림 우드’ 공방이다. 

공방 실내 모습. 취미활동으로 하는 공방이라지만 온갖 공구와 기계들이 전문가의 작업장을 방불케 한다.

어엿한 공방이 마련된 상황이니 더는 취미 수준은 아니다. 교사라는 본업은 있지만, 전문 작가라는 이름이 붙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이름을 걸고 이제는 라온 마켓, 뚝방 마켓, 시청, 플리 마켓 등에서 작품을 팔기도 하고, 주문받아 제작하기도 한다. 목공에 필요한 재료 장만은 소품을 만들어 팔아 장만하고 있다. 수익을 많이 내진 못하지만, 가끔 보너스가 생기면 필요한 도구나 기계를 사 모은다. 새로 생긴 취미라고나 할까, 박 작가는 고가의 장비를 가족들 몰래 사모으기도 한다며 이러다 보니 공방이 마치 ‘연장 카페’ 같은 느낌이 든다며 웃는다.

퇴직 후에서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과 전시회를 할 계획을 세우고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손을 다치는 일은 다반사고 기계톱이 복부에 상처를 내며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어요”라며 위험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목공이 서서 하는 작업이라 하지정맥도 생겼다. 그래도 목공을 즐기며 빠져 살고 있다고 한다.

박 작가가 만든 장난감 자동차

펜, 만년필, 샤프, 빵 도마가 가장 잘 팔리는 종류의 작품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을 목공한 작품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 고객들의 판매 요청에도 불구하고 절대 팔지 않는다고 한다. 작품 하나하나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보다 판매가격이 낮게 책정돼 서운하다는 말도 곁들였다. 서운하다는 감정에 공감이 갈 정도로 매장의 물건은 강한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 요즘 같은 연말연시에 ‘dream wood’에만 존재하는, 이 세상 하나뿐인 ‘수제 나무펜’을 지인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물씬 일었다.

춘천시 명주길 5번길 26-1

010-5441-4742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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