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박온

이름의 ‘온’은 온 누리 할 때 ‘온’이라고 말한다. 모든, 전부에게 미칠 영향력. 작가를 인터뷰하면서 떠오른 이미지는 자기만의 공간에 우뚝 펼쳐진 여러 빛깔의 무지개였다.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피력해 내는 말들 가운데 가장 멋졌던 것은 춘천에서 스텝 1을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온라인 접근성이 좋아진 시대잖아요. 물론 서울이 주는 파급효과는 또 다르겠지만요. 서울에서 배고프게 있는 것보다 마음 편안하게 작품 할 수 있는 이곳이 좋아요. 지역에 자리 잡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해요. 직접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춘천에 머무는 작가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일러스트레이터 박온 

그녀가 있으므로 이곳에 머무는 선택을 하는 작가들이 생기는 것!  

그녀의 일러스트

일러스트레이터의 정의를 작가와 디자인 중간 지점쯤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일러스트레이션은 ‘전달하고픈 이야기’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경향이 있어요. 외주일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제 감정과 이야기를 그림으로 소통하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늦게 입시 미술을 시작했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니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소통 거리

어떤 것을 소통했고 또 하고 싶냐는 질문에 밤과 낮의 순환과 같은 변증법적인 구상이 답으로 돌아왔다,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하면서 사람들의 실용적인 수요도 충족하는 제3의 영역을 찾아가고 싶다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적인 것으로 해요. 주로 밤에 활동하는 편이어서 배경이 밤이 돼요. 인스타와 일러스트 페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보여줘요. 앞으로는 굿즈(상품)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작품으로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제 이야기가 담긴 물품으로도 전달하고 싶거든요. 예를 들어, 한정판으로 방을 장식할 수 있는 포스터 정도요.”

여러 가지 겸하기

인형극장을 지나 화천방면으로 조금 올라가면 ‘카페 옥산’이 도로변에 있다. 적색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그곳이 참 옥산(玉山)스럽다. 그녀가 ‘옥산’의 대표다. 

“외조부모가 사시던 곳을 개조해서 꾸몄어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뷰를 찾는 전문가부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많이 찾으세요. 대학에서 배운 금속공예 전공으로 쥬얼리(장신구) 작업을 춘천 중앙시장에서 시작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좋은 친구를 만나서 ‘공간’과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고요. 제가 만든 공간을 좋아해 주시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거죠.”

자본이 없어 춘천으로 내려와(서울살이가 안 맞기도 했단다) 부모님과 지내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방치해 놓았던 이 적색 벽돌 건물을 재창조해서 관리하니 부모님도 좋아하신다고. 카페 옥산만이 아니다. 명동에 있는 ‘아이즈온 스튜디오’도 있다. 

“두 공간을 동시에 시작했어요. 쥬얼리 작업하면서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춘천에 없었어요. 서울에는 렌탈 스튜디오가 많은데 동선이 너무 길죠. 춘천 지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을 만들어 봤어요(웃음).”

의상, 영상, 전문 사진작가, 개인 촬영 등 다양하게 찾는다고 했다. 각자에게 맞는 공간으로 선택했지만 함께 공유하면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공간. 젊은 나이에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는 질문을 입이 근질거려 안 할 수 없었다.

“일단 저는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이 성향이 기본이 된 것 같아요. 일러스트는 취미지만 가끔은 본이 되기도 하고요. 평범하지는 않죠. 하고 싶은 것을 해보며 흐르는 대로 살아왔어요. 특별히 고민 안 하고 한 번 해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해보는 것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나랑 비슷한 성향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겠지!’ 하면서요.”

하고 싶은, 되고 싶은 미래

“취미처럼 일러스트를 하는데 그 자체가 생활과 인생이 되는 것이 베스트겠죠. ‘배고파야 예술이다’라는 세대도 있지만, 기본이 해결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작품이면 좋겠죠. 고민하지 않아요. 대신 일단 해봐요(웃음). 일러스트, 공간, 디자인에 이어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올해 온라인으로 잠깐 판매해 봤거든요. 자연이 모티브가 된 굿즈와 소품이요. 창작 욕구라고 해야 하나요? 내년 목표로 구체적으로 진행해 보려 해요.”

그녀는 진짜 할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가 아니라 ‘해보면서’ 그녀만의 영역을 만들어 와서다. 그녀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춘천 작가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그의 행보가 춘천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본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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