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규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

2020년은 한국 문화예술계의 위기이자 대전환의 원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는 멈췄고 공연은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춘천마임축제는 달랐다. 일상 공간 백여 곳에서 펼쳐진 ‘백씬 프로젝트’는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전했다. 한국 문화계는 코로나시대 축제의 전환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호평과 함께 큰 상을 안겼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2021년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사)춘천마임축제의 강영규 총감독을 만나 지난 소회와 새로운 구상, 비전을 들었다.

강영규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이 국무총리 표창과 예술경영 우수상을 보이며 시민들에게 감사 를 전하고 있다.
강영규 (사)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이 국무총리 표창과 예술경영 우수상을 보이며 시민들에게 감사 를 전하고 있다.

두 개의 큰 상을 받았다. 어떤 상이 더 좋은가?(웃음) 

관광의 날 기념 국무총리 표창과 예술경영대상 예술경영 우수상을 받았다. 관광과 예술이라는 축제의 양쪽 날개를 모두 인정받아 기쁘다.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예술경영대상의 상금으로 빚 일부를 갚을 수 있어서 조금 더 힘이 되긴 했다.(웃음)

빚이 왜 있냐고? 축제는 시의 보조금만으로 열리는 게 아니다. 보조금은 (사)춘천마임축제의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다. 건물유지비·식대 등은 자체 충당해야한다. 피날레 공연 ‘도깨비난장’을 유료로 여는 이유이다. 지난해는 기업들 후원도 저조했고 ‘도깨비난장’도 무료로 열 수 밖에 없어서 살림이 어려웠다. 

시민 곁으로 다가선 ‘마임 백씬프로젝트’의 기획배경이 궁금하다.

현 상황을 축제와 예술이 어떻게든 기록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축제를 열려던 순간, 전국의 모든 축제가 전면 취소됐었다. 하지만 축제는 이전에도 큰 사건사고·재해가 있을 때마다 열리지 못했다. 이제껏 축제는 많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는 1회성 클럽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공감 받는 축제는 무얼까?’고민했다. 마침 공원의 가치가 주목받는 시기였기에 ‘공원처럼 힐링을 선사하자’, ‘시민의 일상 곁으로 찾아가자’, ‘춘천의 일상 공간 백여 곳에서 백여 개의 장면을 만들자’라는 기획이 탄생했다. 동시에 코로나블루를 치유하는 ‘백씬’이라는 중의적 뜻도 담았다. 그래서 7월 3일부터 10월 24일까지 공원·동네골목·아파트단지·대학로·건물옥상·산책로·재래시장·섬 등 백여 곳에서 작은 공연·체험·전시를 펼쳤다.

2020 춘천마임백씬프로젝트의 개막식이 지난해 7월 두미르 아파트 일대에서 펼쳐졌다.

시민 곁에 서보니 이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던지?

예상치 못한 소득이 많았다. 기존의 축제가 어르신·바쁜 직장인·재래시장 상인·어려운 아이들 등 많은 사람을 소외시켰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시민들의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축제는 협력업체와 예술인과의 약속이고 상생임을 거듭 확인한 것도 중요하다. 어떡하든 무대를 열어야 그들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미래는 환경·생태·상생에 달려있다’

대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축제가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축제는 환경·생태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쓰레기로 넘쳐나는 축제는 설자리를 잃게 될 거다. 또한 지자체 홍보 수단으로서 외적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축제도 위축될 거다. 특히 암암리에 외국인을 동원해서 이슈 몰이하는 일부 축제들 말이다. 그런 축제의 시대는 지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취향이 맞는 작은 커뮤니티들이 축제를 깊게 즐기고 깊게 만나는 시대가 됐다. 돌아보면 IMF이후 골목 공동체는 소멸했다. 공동체의 화합과 상생을 중시하는 축제가 환영받게 될 거다.

올 해 마임축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계절 별로 전개할 생각이다. 마임축제의 거리두기 단계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봄에는 안전하게 소규모의 일상 축제를 펼치겠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일상이 회복된 다면, 보고 즐기지 못했던 시민의 욕구가 분출할 것이다. 큰 축제인 ‘아수라장’과 ‘도깨비난장’은 그에 맞추어 준비하겠다. 

(왼쪽)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마임공연을 보고 있다.  (오른쪽) 2020 춘천마임백씬프로젝트는 시민의 일상 공간에서 펼쳐졌다. 사진은 브라운5번가에서 열린 비눗방울 퍼포먼스

올해 33회를 맞는다. 더 많은 시민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로 도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20대 남성들이 공연을 정말 안 본다.(웃음) 그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게임·로봇 등 최신 트렌드를 마임축제에 적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마임축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틱톡 등 SNS 챌린지를 통해 시민참여형 홍보도 열심히 해서 마임축제에 올 만한 이유를 전파 시키겠다. 또 청년 자원활동가들인 ‘깨비’와 ‘깨비짱’을 더 확대하고, 지난해처럼 축제로부터 소외됐던 분들에게도 꾸준히 찾아가겠다.

특히 환경·생태에 대한 시대적 이슈를 담아서 예전의 소비적 축제에 등 돌렸던 시민들의 참여도 유인하겠다.

‘광대마을’조성하고, 하중도를 ‘춘천예술창작기지’로 삼자

하중도생태공원을 춘천예술의 ‘창작기지’로 삼는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파헤쳐서 창작기지를 건설하자는 게 아니다. 지난 가을 마임·연극·인형극 3대축제와 여러 예술가들이 펼친 ‘어바웃 중도’처럼 환경·생태·힐링을 추구하는 창작기지 말이다. 

다른 하나는 ‘광대마을’조성이다. 한국의 손꼽히는 광대 10여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그들이 춘천에 이주해 와서 ‘광대마을’에 살면서 버스킹을 펼치는 거다. 후배 아티스트들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그들이 또 버스킹을 하고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면 마임축제와 시너지가 엄청 날거다. 게다가 그들이 강원대 무용과 등 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소양강 처녀〉 노래를 배경으로 마임축제 홍보영상 나아가 춘천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든다면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한국관광홍보영상 〈범 내려온다〉 못지않은 화제성을 얻을 수 있다.

하나의 주제로 마임·연극·인형극·애니타운이  각각 작품 만들자

춘천의 여러 축제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 각 축제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봄’이라는 한 주제·소재를 가지고, 인형극제는 인형극을 만들고, 마임축제는 마임을 공연하고, 연극제는 연극무대를 열고, 애니타운 페스티벌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거다. 춘천은 그게 가능한 유일한 도시이다.

(왼쪽) 강원대학교 후문 상가골목은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문화의 거리로 변신했다. (오른쪽) 춘천의 이곳 저곳 빌딩의 옥상에서는 캠핑과 영화를 즐기는 부대행사가 열렸다.

유튜브의 긍정적 효과로 저변확대를 얘기한다. 동의하는지?

공연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유튜브로 클래식공연·마임·연극 등을 봤다고 그들이 공연장으로 유입될 거라 보지 않는다. 온·오프라인공연은 엄연히 다르다. 조회 수가 높다한들 공연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렇다고 유료콘텐츠가 되어 공연단체와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돌아가기도 어렵다. 특히 대면 공연은 더블 캐스팅을 해서 기회를 나눠 가질 수 있지만 온라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스타급 아티스트 1인이 출연한 영상만이 무한재생 되기에 상의 1%의 아티스트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 생태계를 허약하게 만들 뿐이다.

만약 하나의 보완재로서 온라인 공연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각 장르의 특징이 온전히 담길 수 있는 새로운 영상형식이 필요하다. 현재의 유튜브 공연 영상은 그저 단순한 기록물이다. 공연의 본질이 담겨 있지 않다. 

문화도시 춘천부터 예술인복지까지 현안에 대한 소견도 궁금하다. 

2차 문화도시에 선정되어 정말 기쁘다. 축제는 한 도시의 문화적 에너지의 폭발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축제들이 탄탄한 상근조직을 갖춰야하고, 춘천문화예술소위원회(소방·경찰·예술가·축제·문화재단·공무원 등 망라)가 신설되어 지역실정에 맞게 지침을 줘야하고, 대학과 대학생이 활기차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가들의 유입과 정주여건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 문화도시를 풍성하게 할 자원은 예술가들이다.

예술인 복지는 작은 것부터 살펴야 한다.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건보료 산정 때문에 수 십장의 ‘해촉증명서’를 떼야하는 것부터 개선되길 바란다. 

새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가?

예술의 시대적 역할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실을 잃었고, 예술가는 무대를 잃었으며, 시민은 사람의 온기를 잃었다. 예술과 축제는 잃어버린 것들을 잊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 교문 앞에서 광대들과 함께 축하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싶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학교 가는 게 도시의 축제가 될 수 있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런 게 예술의 시대적 역할 아닐까?

박종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