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춘천에는 신년 벽두를 기분 좋게 장식하는 기쁜 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원래 8일 공식발표가 예정되어 있었긴 하지만 하루 전에 이러저러한 매체를 타고 춘천시민들에게 전해졌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2019년 말 ‘전환 문화도시 춘천’이라는 개념을 내걸고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돼 지난 한 해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다. 사업을 이끈 춘천문화재단과 사업의 성공을 바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의 바람이 외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사업을 잘 이끌어나갈 지원금을 앞으로 5년간 최대 100억 원이나 받게 됐다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반기는 이유는 이게 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비 지원금 100억 원에 지방비 100억 원이 합해지면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라고 하나 춘천시가 그간 받거나 받게 될 덩치 큰 외부 지원사업의 규모에 비하면 많이 적은 규모다. 당장 춘천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만 해도 그렇다. 진행이 되고 있거나 끝난 춘천지역 4개 지역 도시재생사업에 들어간 사업비는 약 1천600억 원 규모다. 2022년부터 공사에 착수할 동내면 지내리의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규모는 3천27억 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춘천시의 1년 예산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굵직한 수치를 갖다 대면 한 해 4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전환문화도시 사업이 도시재생이나 수열에너지 융·복합에너지 클러스터처럼 크고 작은 공사가 있고 이에 필요한 설비와 장비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면 그런 계산이 가능하다. 5년간 200억 원이라는 돈은 턱없이 적은 지원액일 수 있다.

하지만 법정 문화도시 사업은 성격이 다르다. 춘천의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환 문화도시’라는 기치를 내건 춘천의 문화도시 사업은 200억 원으로 여러 가지 물리적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사업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의 문화도시 사업은 2019년 12월에 1차 문화도시로 선정된 7곳의 도시나 이번에 춘천과 함께 선정된 다른 4곳(강릉시, 완주군, 김해시, 인천 부평구)의 법정 문화도시와는 구분되는 비전이 있다. 다른 법정 문화도시가 예술로서의 문화나 산업으로서의 문화를 상정한 것과는 달리 춘천에서는 문화를 일상의 삶과 연결시켰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다. 사람들의 일상으로 문화가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일상 어디서든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마을 단위 거점을 촘촘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예술로서의 문화나 산업으로서의 문화가 객석과 무대를 구분하여 예술은 예술가들만의 것으로, 시민은 단순히 구경꾼으로 전락시키는 경향이 있어 비판을 받아 왔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춘천시민 모두가 예술로서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구경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표현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능동적 시민의 발현, 예술적 협동과 공감, 나아가 연대가 가능한 도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도시재생을 위해 주차장을 만들고 길을 넓히고 낡은 집을 고쳐 사용한다고 도시가 새로워지기는 어렵다. 그렇게 고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시민과 공무원, 정치인이 차고 넘쳐야 춘천은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탄생할 수 있다. 그때 춘천은 구호로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시민이 주인인 도시’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살아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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