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대 (‘교육과 나눔’ 이사장)

2020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국회 홈페이지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키워드검색을 해보았다. 가장 최신으로 뜬 자료가 지난 11월 23일 경제재정소위원회의 의사 일정에 올라온 법안 내용이었다. 윤호중 의원, 강병원 의원, 김영배 의원, 장혜영 의원, 양경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5건과 김도읍 의원, 정성호 의원, 김원이 의원, 그리고 정부가 발의한 협동조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눈에 띈다. 회의결과를 봤더니 오후 3시 7분에 개의해서 오후 5시 59분에 산회했는데(17분의 정회시간을 뺀다면 실제 회의는 1시간 30분 정도 열렸다)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만 축조심사를 하고 나머지 법률들은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모두 13건이나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아마 대표 발의한 의원들은 나중에 법안 대표 발의 실적이라며 의정 보고회에서 자랑할 게 분명하다. 국회의원의 과잉 입법 활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물론 내가 국회의 입법 과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므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적경제 관련한 법률에 대해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도 사회적경제 3법(‘사회적경제 기본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국회 통과는 무산됐다. 2020년 하반기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법 촉구 캠페인과 서명 활동 등을 벌였으나 헛발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2020년을 되돌아보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공수처 설치 관련 논의에 올인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그 반대 논리에 올인하고 있었다. 부수적으로는 민생경제에 관심을 쏟긴 했겠지만, 본질에 있어서 민생경제는 외면당했다. 내 판단에는 그렇다.

지난 《춘천사람들》 지면을 통해 지속적으로 필자는 사회적경제의 민간주도성 확보와 발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필요성은 두 가지 두 가지 이유가 근거다. 첫째는 사회적경제 역사와 철학에 민간주도성이 배태되어 있어 생래적으로 민간주도성이 없이는 존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목소리 중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민간이 시작한 일이고 민간에게 필요한 일이므로 민주사회라면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따라서 이제라도 사회적경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3 섹터의 고유역량으로 사회적경제 3법의 통과에 버금가는 실효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개별 법률 및 규칙 등이 있으므로 일단 논외로 하자.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과 사회적경제 기업을 위한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서울시에는 이미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치 증대를 위한 공공조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 중이어서다. 

서울시 사례에서 조례의 의무 적용 범위는 서울시 본청, 서울시 산하 본부·사업소,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 및 출연 기관이다. 자치구 및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등을 받는 기관은 조례를 준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운영 주체별 역할 및 책무에서 서울시장은 공공조달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의 증대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공공조달 가이드라인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장은 사회적경제 기업과 희망기업에 대한 입찰참가 기회 확대와 이들에 대한 우선구매 촉진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이 없다고 해서 조례가 제정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춘천시장은 한때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해본 경험자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춘천에는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설립되어 운영 중이다. 국회에서의 입법을 마치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감을 따러 가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