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가 자기만의 공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요즘 비밀이 많아졌다. 마치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의 방에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것처럼 춘삼이도 개집에 코를 박고 혼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춘삼이가 혼자 비밀스러운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상반신만 개집에 넣어놓고는 꽤 오랜 시간동안 나오지 않는다. 하도 궁금해서 안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기어코 보여주기를 거부한다. 한참동안 놀다가 다른 곳으로 사라지면 그때서야 개집 안을 확인 할 수 있다. 들여다보면 별별 것이 다 나온다. 큰 아이의 리코더, 양말 한 짝, 장난감 공룡, 쓰고 버린 마스크 등등 마치 보물창고 같다.

며칠 전에는 화장실에서 거북이(우리 집에는 붉은귀거북 두 마리도 살고 있다) 어항을 청소하고 있는데 춘삼이가 옆에서 알짱거리더니 후다닥 자기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왜 저러지?’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옆을 보니 아뿔싸! 거북이 한 마리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재빨리 뛰어가 춘삼이를 집에서 꺼내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거북이 한 마리가 개집 안에서 머리를 집어넣고 뒤집어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춘삼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시 어항 청소를 하는데 거실에서 춘삼이의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를 원망하는 듯한 소리다. 어이가 없어 슬며시 웃다가, 문득 ‘몇 년 후에 아이들이 커서 사춘기가 되면 훨씬 더하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미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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