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입니다”

‘봄내음’은 책의 그윽하고 은은한 향이 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6년 전에 시작된 봄내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자주적인 순수 독서 모임입니다. 매월 둘 째, 넷 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면 책과 함께 사색과 공유의 시간을 가졌으나, 올해는 COVID-19로 모임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1학기에 5번의 독서모임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봄내음에서는 김유정 문학촌 촌장님이신 ‘이순원’작가님의 《19세》를 시작으로,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이광희의 《어린이를 위한 한국 근현대사》, 이종철의 《까대기》, 문소영의 《명화독서》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춘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에 동참하여, 선정도서인 《까대기》를 함께 읽었는데, 김유정 문학촌의 상주작가인 ‘전석순’ 작가님을 모시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0 춘천 한책 읽기 운동의 선정도서인 《까대기》를 읽고 독서모임을 한날
2020 춘천 한책 읽기 운동의 선정도서인 《까대기》를 읽고 독서모임을 한 날 회원들의 기념촬영

작가님께서 독서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알찬 강연을 준비해주시고, 《까대기》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진행해주셔서 보다 풍성한 책 나눔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석순 작가님께서 독서에도 스킬이 필요하며, 깊이 읽기 위한 독서의 4단계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1. 사실독서(내용 및 어휘 파악)
2. 추론독서(맥락, 행간 사이의 숨은 뜻 파악)
3. 비판독서(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비틀기) 
4. 창의독서(뒷 이야기 상상, 나에게 생긴 변화 등 정리, 독후감쓰기)  

독서모임은 행간과 행간 사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추론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소셜리딩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유정 문학촌의 상주작가님과의 인연을 계기로 김유정 문학촌에서 진행한 ‘김유정 깊이 읽기/오늘의 김유정, 내일의 김유정’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는 등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배움과 사색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계속 되었습니다.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의견과 생각을 나누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들은 봄내음 회원들을 더욱 더 책으로 이끌게 하는 힘입니다. 함께 모여 나눌 수 없는 시기에는 SNS를 통하여 단절된 시대의 ‘연결됨’을 느끼면서 ‘언택트’시대에 온기를 더한 ‘온택트’모임을 모색하는 등 코로나 시대에 맞는 의미 있는 전환을 꿈꾸기도 합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온라인,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책으로 소통하면서 삶의 지혜를 얻고, 삶의 행복한 순간을 채워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덕분에 ‘까대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택배노동자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문구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입니다”

정미경(‘봄내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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