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샐린저가 쓴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질문을 한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는 센트럴 파크에 있는 호수가 꽁꽁 얼어붙을 텐데… 그곳에 사는 오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어른들의 세상을 폭로하는 작품이라고 해석한다면, 홀든의 질문은 순수이자, 생명에 대한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이 되기 전 고양이가 살던 숲.
겨울이 되기 전 고양이가 살던 숲.

《호밀밭의 파수꾼》을 갑자기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한 주 동안 이어졌던 한파 때문이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베란다가 얼어붙어 세탁기의 사용이 금지됐고 1층은 배수관의 물이 역류해 빙판으로 변해버렸다. 혹독한 추위가 얼마나 계속될까 걱정을 하다가, 문득 ‘춘삼이와 나 12’에 소개했던 우두동 중앙공원의 고양이 가족이 생각났다. ‘이렇게 추운데 첫돌도 안 지난 새끼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음날 춘삼이와 산책을 하면서 고양이 가족이 있던 곳을 살펴봤다. 하지만 울창하던 수풀도 모두 시들어 있었고 사람들이 마련해 준 고양이 집도 사라져 있었다. ‘공원을 벗어나면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뿐인데 어디에 있을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찾아봤지만 흔적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 금요일에야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공원 옆 춘천우두LH2단지아파트 경비실 바로 옆에 반쯤 먹다가 남은 고양이 사료 통조림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가을쯤에도 고양이들이 경비실 옆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센트럴 파크의 오리들도 아마 그렇게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울을 났을 것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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