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춘천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 보고
“희망 일자리보다 실제 일자리가 나쁘다”
가족 돌봄 위한 유연근무제 확대가 열쇠

“춘천은 살기에는 참 좋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춘천 시민이라면 한두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높은 문화 수준 등은 춘천의 자랑거리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해마다 춘천은 살고 싶은 도시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막상 살기에는 일자리가 아쉽다는 푸념이 뒤따른다. 

일자리 문제는 비단 춘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중소도시 대다수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렇다면 ‘마땅한 일자리’는 어떠한 일자리일까. 그리고 그런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춘천시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춘천시 거주 만 19~64세 가구원 1천 명을 대상으로 시정부가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조사한 ‘2020년 춘천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해답의 실마리를 풀어본다.

2020년 춘천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 보고서는 적절한 임금 수준, 유연근무제 등 구직자들이 필요한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훨씬 많은 시민들이 구직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2020년 춘천시 일자리인식실태조사 보고서는 적절한 임금 수준, 유연근무제 등 구직자들이 필요한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훨씬 많은 시민들이 구직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출처=픽사베이

희망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의 간극

구직자들은 춘천의 일자리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임금 △기업 규모 △일자리 산업의 종류 △근무 형태 △근무 장소의 5개 영역에서 ‘춘천시 일자리와 희망 일자리 차이’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임금 △기업 규모 △일자리 산업의 종류에서는 ‘실제 일자리 환경이 희망 일자리보다 나쁘다’는 의견이 1위를 차지했다. △근무 형태 △근무 장소 여건에서는 ‘희망 일자리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1위를 차지했다. ‘실제 일자리가 희망 일자리보다 좋다’는 의견은 5개 영역 모두 꼴찌인 3위를 차지했다. 실제 일자리가 희망 일자리와 비슷하다는 의견을 긍정적인 답변으로 치더라도 △임금 △기업 규모 등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과반수를 넘는다. 희망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 환경의 괴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임금, 기업 규모, 근무 형태 등 모든 면에서 구직자들이 꿈꾸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단번에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이 중요시 하는 사항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의 몇 가지 조사문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원하지 않는 분야라도 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0.4%가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임금수준이 낮아도 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도 67.2%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직장 규모에 상관없이 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71.8%가 ‘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계약직,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도 60.9%가 ‘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조사의 문답을 보면, 구직자들은 ‘임금’과 ‘원하는 분야’ 등은 필수 조건으로 생각한다. 반면 ‘기업 규모’나 ‘근무 형태’ 등은 희망수준에 미달해도 기꺼이 근무할 의사를 갖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춘천시가 일자리 정책을 입안할 때 전반적인 일자리 환경 개선도 필요하지만 적정한 임금 수준을 갖춘 다양한 일자리 마련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함을 뜻한다. 

안정성과 자율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희망일자리 유형에선 ‘취업’이 88.1%, ‘자영업’이 11.9%로 나타났다. 자영업 보다 취업 선호도가 높은 것은 직업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비임금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불안정한 수입(52.3%)’, ‘사업의 불확실성(19.2%)’을 1위와 2위로 꼽은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발적으로 비임금 근로(자영업)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은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어서(22.4%)’와 ‘직장에 얽매이기 싫어서(19.3%)’, ‘창업(자영업)하고 싶은 업종이 있어서(16.0%)’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임금 근로자들은 ‘일하면서 좋은 점’으로 ‘유연한 시간 활용’(36.9%), ‘원하는 나이까지 할 수 있음(25.0%)’, ‘독립적이고 자율적임(21.7%)’을 꼽았다. 요컨대, 소득에 대한 기대와 자율성 추구가 비임금 근로의 바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직자들은 일차적으로 소득을 포함한 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하지만 개인 자율성을 확고하게 원하는 비율도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에 대해선 재계약 기대 등을 충족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안정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정규직 임금노동자의 경우 재택근무나 유연 근로시간 등을 활용해 자율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가족 돌봄 문제는 일자리 문제

구직자가 근로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가 가족 돌봄 문제다. 가족 돌봄은 비임금 근로자뿐만 아니라 미취업자, 시간제 일자리 희망자, 경력단절여성 등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미취업 기간 미취업자들이 한 일은 ‘육아, 가사, 가족 돌봄 등’이 43.3%로 가장 많았다. 미취업자가 최근 직장(일)을 그만 둔 이유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워서’가 29.8%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시간제 일자리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육아, 가사, 자녀, 교육, 가족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가 52.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무려 96.8%이라는 압도적인 비율의 응답자가 유연근무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하는 유연근무제의 형태는 ‘근로시간 단축근무제(32.4%)’, ‘선택적 근무시간제(32.1%)’, ‘탄력적 근무제(18.3%)’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 돌봄을 위한 복지제도나 기관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있기 마련이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일자리 구축을 복지의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한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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