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기획예산과가 주관하여 진행한 ‘2020 춘천시 일자리실태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2018년도에 처음으로 조사한 이후 이번이 2회째다.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15일간 춘천시에 거주하고 만 19~64세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가구당 1명씩을 조사를 시행해 모두 1천 개의 가구가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설문 조사라는 것이 현상을 세밀하게 파고들기보다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위해 시행하기 때문에 조사를 통해서 춘천시 일자리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찬성하는가에 관해서 묻고 더는 질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답변을 위해 제시된 선택지도 좋은 이야기가 포괄적으로 담긴 내용이 있으면 여기로 답변이 몰리기 십상이라 정말 좋아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사실 춘천시가 좋은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2년 주기로 이런 설문 조사를 한다면 보조적으로 심층 면접 조사 등과 같은 방법을 쓸 수도 있을 텐데 그럴 계획은 없다고 한다. 

조금은 두루뭉술한 면이 없지 않지만, 보고서가 전해주고 있는 내용에는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춘천 시민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있는 춘천의 일자리는 만족보다 불만족이 훨씬 많다는 내용이다. 춘천시 일자리의 연봉 및 복리후생이 ‘희망 일자리보다 나쁨(51.0%)’이 ‘희망 일자리보다 좋음(7.1%)’ 보다 훨씬 많았다.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41.9%)가 비슷하다고 응답했지만, 부정의견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시정부가 깊이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다. 희망 일자리 연봉 및 복리후생만이 아니라 희망 일자리의 기업 규모·산업 종류·근무 형태·근무 장소 여건에서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춘천의 일자리가 기대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한 평가와는 조금 다른 내용도 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 취업 희망자가 일하고 싶은 직장의 유형이 무엇인가 물어보는 질문에 50.2%가 ‘민간회사, 개인사업체’라고 응답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24.6%, ‘공기업(공사, 공단)’은 12.4%를 차지해 일반적으로 안정된 일자리라 하는 공공 부문 일자리보다 민간영역 취업 희망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더 눈에 띄는 내용은 ‘민간회사 또는 개인사업체’를 구체적으로 질문했을 때 ‘개인사업체(55.7%)’에 이어 중소기업이 30.0%를 차지해 대기업(14.2%)을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춘천시가 추구하는 세계 제1의 협동조합 도시가 접목된다.

협동조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적경제는 많이 알다시피 연대를 기본 사명으로 한다. 그런 이유로 지역사회의 작은 경제단위가 연대를 통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이루어낼 수 있다. 때로는 큰 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연대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춘천시가 춘천시의 일자리를 고민할 때 깊이 고민해봐야 할 내용이다. 그런데 올해 춘천시장의 신년사에서는 일자리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지역력을 통해 도시의 위기 극복’, ‘수열 에너지와 관련된 데이터 산업, 물의 가치를 높이는 물 관련 산업 집중 육성’이라는 표현이 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일자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아쉽게도 지난해 말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발간한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역자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춘천지역 사회적경제 기업 종사자들은 춘천시의 사회적경제 정책 가운데 ‘지역형 사회적경제 기금 조성과 활용 연계’에 가장 박한 점수를 줬다. 2020년 상반기 전국보다는 약 4.5%p, 강원보다는 약 6.4%p 낮은 54.9%의 고용률을 기록한 춘천시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