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춘천녹색평론독자모임 회원)

2020년 5월 1일 시행된 ‘공익직불제’는 기존의 여러 가지 직불금 제도를 개편하여 기본형 공익직불(소농직불금, 면적직불금)과 선택형 공익직불(경관보전직불, 친환경직불, 논활용직불)로 나누었다. 이 결과로 공익직불금 수급자격을 가진 112만 농가 중 43만의 소농인에게 개편 전 동일구간의 농가에 지급하던 직불금 1천306억 원보다 거의 4배가 인상된 5천91억 원 정도를 지급한다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했다. 물론 기본형 공익직불은 농업 외 소득이 3천700만 원 이상이거나 경작면적이 0.1ha 미만일 경우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에 직불금을 받았거나 신규농업인으로 직불금 신청 직전 3년 중 1년 이상 0.1ha 이상 경작 또는 연간 농산물 판매액이 120만 원 이상일 때만 지급된다.

공익직불금의 지급은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과 동시행령·동시행규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법률제정의 목적은 농촌의 공익기능 증진과 농업인 등의 소득안정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고 법률이 마련되었다. 종합해보면 공익직불제도는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 공익을 증진하도록 농업인들에게 소득을 일정 부분 보조하는 지원 제도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라는 책에서 고 장일순 선생님은 나락 한 알이 만들어지는 것이 인간과 하늘 그리고 땅과 기후 등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지므로 그 한 톨이 우주고 우주가 그 안에 담겼다고 설파하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소한 우리 쌀 한 톨에는 우리나라가 담겨 있다 할 수 있으니 농민이 공익에 봉사한다면 국민이 함께 농민을 도와야 하겠다.

이제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 설명에 앞서 예를 들어보면, 미국산 쌀로 지은 밥과 국내산 쌀로 지은 밥을 먹을 때 식미감에 큰 차이가 있을까?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이 미국산 쌀 20kg의 경우 4만1천 원~4만8천 원 정도면 살 수 있고 국내산의 경우 품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6만 원 이상은 주어야 구매할 수 있다면 자본관점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미국 쌀을 사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만 공익기능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 쌀은 한국이라는 자연환경에 어떤 기여도 하는 게 없다. 잠깐, 과거를 돌아보자 80년대 초 쌀 한 가마니의 가격은 6만5천 원 정도였고 공무원월급은 쌀 두 가마니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40년이 흐른 지금은 공무원월급이면 쌀 열 가마니 이상 살 수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농업·농촌은 공업화, 산업화, 도시화 정책의 희생자가 되었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62.3%에 불과할 정도로 소외되어왔다. 업종과 산업간 불평등을 심화하는 구조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그러나 불평등한 부분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농업·농촌 이외의 국민이 공익직불제의 이해를 돕는 게 우선이기에 자료를 찾아봤다. 2018년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27조8천993억 원이라고 발표하였고 환경보전(홍수조절, 지하수 함량, 기온순화, 대기 정화, 수질 정화 등)의 가치(18조6천343억 원), 사회문화적 기능(4조1천40억 원), 식량안보(3조1천158억 원), 농업 경관(2조452억 원)의 가치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농산물에 담아 판매를 하면 - 2019년 농업생산액이 50조4천280억 원(《농업전망 2020》으로 추산되는데 - 대략 계산하여도 55% 정도 오르게 된다. 위에서 미국 쌀을 언급했지만, 실제 소비자 관점에서 가격이 비싼 농산물을 사기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국가 예산으로 공익직불제도를 만들어서 낮게 책정된 쌀값에 대해 조금이나마 보상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위에 설명한 것만으로는 농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느낌이다. 2020년 역대 최고급 장마를 보면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안보의 문제가 이후 더 강력하게 대두될 것인데 이런 환경변화에 맞춰 중국은 자국 내 경작지용도 변경금지와 경작현황감시를 하고 있다. 러시아도 밀 수출 쿼터제를 도입하여 식량 반출통제를 하고 있고 그 외 여러 나라가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이제 다 알게 된 바와 같이 밀집 생활의 근거인 도시의 발전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후위기와 전염병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농업·농촌의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 기반이 되는 공익직불제를 온 국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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