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프로젝트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
첫 프로젝트 ‘집에서 떠나는 내 몸 여행’

낡은 빈집이 새 옷을 갈아입고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약사천 수변공원 옆 봄빛갤러리 카페 뒤편에 자리한 검은 기와집, 이름하여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Smoothie System)’이다.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Smoothie System)’의 주인장 ‘몸의 대화’는 게임 같은 유쾌한 방식의 예술치유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도도(연출), 연겨(안내자), 예니(PD), 다잉(PD).       사진 제공=몸의 대화

문화도시 사업 ‘빈집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생공방’ 1호는 춘천으로 이주해 온 청년예술가들이 3년 간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권 문화예술 거점공간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Smoothie System)’의 주인장은 예술치유단체 ‘몸의 대화’이다.

멤버는 다잉(PD), 예니(PD), 연겨(안내자), 도도(연출) 등 문화기획자, 심리학전공자, 배우이며 닉네임으로 활동하는데 더 필요한 인원은 프로젝트 마다 합류한다.

팀명이 몸의 대화이지만 ‘몸’은 사람 개개인을 뜻하고 신체 행위보다는 게임 같은 유쾌하고 호기심 넘치는 방식으로 정신 건강관리 방법을 연구하고 다양한 방식의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정신 건강관리 방법을 만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예니(PD)는 ‘스무디시스템’을 “일상에서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치유적 대화공간이자 이주 청년들의 성장 공간이다. 나를 진단하고 감정의 찌꺼기를 배설하기에 적합한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드는 체계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한다.

공간에 어울리는 마스코트 ‘오구이폼(59-2 form)’도 생겼다. 인생공방 리모델링 당시 콸콸 쏟아져 나온 우레탄폼이 우스꽝스런 생명체처럼 굳어진 것이다. 주소지인 약사동 59-2에서 탄생했다 해서 ‘오구이폼’이라 이름을 붙였다. ‘오구이폼’의 둥글둥글 말랑말랑한 모습처럼 사람들이 스트레스 없이 유연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스무디시스템’의 첫 프로젝트 ‘집에서 떠나는 내 몸 여행’이 시작됐다.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춘천의 ‘몸’ 70명에게 감정을 돌아보고 치유를 돕는 키트가 배송됐다.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Smoothie System)’이 춘천에서 처음 선보이는 프로젝트 ‘집에서 떠나는 내 몸 여행’의 키트가 사전 신청한 시민 70명에게 배송되어 치유를 돕는다.        사진 제공=몸의 대화

키트에는 미션에 필요한 연필·카드·병풍·수호요원인형 등이 담긴 3개의 봉투가 들어있다. 치유는 7일 동안 워크북의 18개 미션을 수행하며 진행된다. 자가진단질문카드에 감정과 고민을 기록하고 땅에 묻거나 변기에 흘려보내고 인형 만들기, 그림 그리기, 걷기와 명상을 한다. 

“코로나 탓에 우리의 메인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70명의 시민들이 7일 동안 현재 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다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근력을 키우길 바란다.”

‘몸의 대화’는 직접 개발한 7개의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탈락된A’·‘존재 위기 대응 연습’, ‘LAYER’, ‘제가 비밀이 하나 있는 데요’, ‘어린이 전용 구역’, ‘몸 배설활성화’, ‘몸 간격탐구’ 등인데 경쟁·스트레스·외로움·단절감 등 황폐화된 현대인의 정신을 게임 등의 유쾌한 방식으로 치유한다. 

각 프로그램들은 참여형 공연 워크숍 〈몸의 대화〉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문 닫은 목욕탕·병원·모텔 등 몸과 관련된 장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와 컨셉이 7개의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참가자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 치유에 멈추지 않고 영상과 음성파일·메모 등 흔적으로 남겨진 참가자들의 고민이 재구성되어 전시·퍼포먼스·거리극으로 발표된다. 

‘몸의 대화’는 2016년에 배설(자기 개방)을 치유의 씨앗으로 보고 자기개방과 자가진단을 이끌어 내는 유쾌한 실험을 시도해보자며 창단했다. 2017년부터 서울시청년청 입주 단체였고, 이후 서울문화재단 서울 예술치유허브로 이주해서 지난해까지 서울 청년 예술단으로 활동하며,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워크숍 30여회, 인터렉티브 공연 7회 등 다양한 예술치유활동을 해왔다. “그러는 중에 자연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춘천에 매력을 느꼈고, 우리 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춘천으로 터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이번 키트 프로그램 이후에는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춘천에 관한 리서치를 할 생각이다. 이후 코로나 상황을 보아가며 시민과 함께 본격적으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바람은 꽃이 필 무렵이면 좋겠다. 지역 단체나 기관의 의뢰를 받아 직원들을 위한 힐링 워크샵도 하고 싶다. 많은 관심 바란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엉뚱하고 창의적인 청년들이 춘천에서 펼쳐갈 기발한 작당모의에 응원을 보낸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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