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명동 ‘꽃차 갤러리’

꽃! 곱고 향기롭다. 그런 이유로 꽃은 갓 모습을 드러낸 봉우리에서부터 활짝 만개할 때까지 매 순간 채취돼 차로 거듭난다. 날이 조금 풀리기는 했지만 아직 몇 번의 강추위를 만나야 할 이즈음은 따뜻한 차 한 잔이 제격인 때다. 추위도 추위지만 코로나로 방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면 다른 어떤 차보다 맛과 향, 빛깔로 오감을 즐겁게 해 줄 꽃차 한 잔이 딱이다.

약사명동 주택가에 자리한 노란 간판 ‘꽃차 갤러리’를 찾았다. 강명숙 대표의 꽃차연구소이다. 지상의 꽂을 다 모아놓은 듯, 오색이 찬연한 꽃차들이 다양한 유리병에 담겨 진열되어 있다. 숫자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비염에 좋은 목련 꽃차. 눈에 좋은 마리골드, 뽕잎 차 등, 식약청에 등록된 식용 꽃 30여 종에서 부위별로 채취한 116종이 진열되어 있다. 

116가지의 꽃차가 진열되어 있는 ‘꽃차 갤러리’의 내부 모습
116가지의 꽃차가 진열되어 있는 ‘꽃차 갤러리’의 내부 모습

8년 전부터 이곳에서 꽃차를 제조하면서 교육도 하는 강 대표는 2018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꽃차대회’에서 ‘꽃의 상처가 별이 되어’라는 작품으로 수상한 경력의 전문가이다. 유기농법으로 농장을 경영하고 직접 꽃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로 모든 프로그램이 취소됐지만, 각종 무료시음회,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시음 봉사활동 등 많은 선행을 꾸준히 해왔다.

마시는 이들은 꽃차의 색과 향에 감탄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노동의 시간이라고 한다. 3~4월의 팬지꽃을 시작으로 11월의 국화까지 짧은 개화기에 꽃을 채취해야 하고 그 꽃을 바로 차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을 새우는 일은 다반사이고 시간과의 전쟁은 일 년 내내 계속된다고 한다. 꽃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꽃을 만지는 사람은 마음이 예뻐야 해요. 자연에서 채취한 꽂을 욕심 내지 않고 다루어야 해요.” 제대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꽃차를 대하는 철학이 먼저라는 강 대표. 제조과정을 설명하는 곳곳에 그 마음 씀이 묻어 나온다. “정성스레 꽃을 채취(채화 과정)한 다음 씻고, 다듬고, 수분을 날리고, 꽃을 말리고(초벌 덖음), 향 매김 하는 과정을 거쳐 적당한 열을 가해 덖는 과정까지 이행해야 완성”된다’고 한다. 

꽃차 시음회로 많은 봉사활동을 하는 강명숙 대표

꽃에 따라 3일에서 1주일이 걸리는 꽃차 제조는 일일이 수작업을 하고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고된 작업이다. “끝없는 인내와 정성이 요구되고 도를 닦는 과정”이다. 채화 시기도 정해져 있지만 손질법도 달라 저마다의 특성과 고유색을 살려야 하므로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유념’이라는 과정에 대한 강대표의 설명은 심오하기까지 하다. 예민한 꽃을 조심스레 조물조물 주물러 적당히 상처를 내야만 꽃의 성분이 제대로 우러나 고유의 색과 향을 낸다고 한다. 꽃에 상처를 내어 별이 되는 순간이다. 인고의 세월과 아픔을 겪어야 성숙하는 인간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꽃차 갤러리’에서 꽃차 특유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니 맛과 빛깔에 마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듯하다. 강 대표는 꽃차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꾸준히 제조 방법을 개발하고 끝없이 공부하고 있다. 꽃차를 매개로 하여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달하고, 아울러 소득과 연결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고 했다. ‘강원 꽃차 협동조합’이 결성된 배경이다.

‘컬러 테라피’라는 말이 있다. 컬러를 생명으로 하는 꽃차로 치유하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꽃차의 색감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고 미소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꽃차가 적기인 이 겨울, 꽃차 한 병 구매해 ‘색’을 마시고 ‘색’을 나누며 코로나 블루를 한번 치유해 보자.

약사고개길 41번길 28

010-3651-8291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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