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영 디자이너 & 캘리그라퍼

허가영 디자이너는 ‘허가영 손글씨’로 유명한 캘리그라퍼이다. ‘허가영 디자인사무소’로 유명해질(^^)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는데 캘리로 유명해졌다. 작년부터는 디자인 비중을 늘리고자 사업자변경까지 완료했다. 

허가영 캘리그라퍼

카피라이터-디자이너-캘리그라퍼

중학교 때 친구가 캠으로 사진 성형을 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포토샵에 관심이 있어 컴퓨터 학원도 다니고 혼자 인터넷에서 많이 놀았어요(웃음). 좋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서 광고홍보학과로 진학했는데 다르더라고요. 제가 좋아했던 것과 배우고 있는 것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카페와 디자인회사를 같이 운영하는 곳에 취직했어요. 1년 반 경험 쌓고 강원대 창업지원단에 입주한 앱 개발회사 디자이너로 이직했고요. 앱 분야라 표현하는 느낌과 기술이 달랐지만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 이때 글씨를 배우면서 ‘허가영 손글씨’를 만들었어요. 제 글씨를 산다고 해서 팔기도 했고요. 엄마에게 자본금을 빌려서 컵에 제 글씨를 새겨서 제작해 봤어요. 팔리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인스타그램과 콜드컵(텀블러 일종)이 생소한 시절이었어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가 봐요.

열심히 따라 해봐도 글씨가 금방 잘 안 되더라고요. 수소문해서 찾아가며 혼자 씨름했어요. 아무리 따라 해도 다르게 나오는 일이 많았어요. 붓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글씨들을 찾아내 갔던 것 같아요. 2014년은 춘천에 캘리가 없었을 때였어요. 수강생 한 명으로 캘리 수업을 시작했는데 가르치려면 잘해야 하잖아요. 엄청 열정 쏟아부으며 혼자 공부 많이 했어요(웃음). ‘허가영 손글씨’로 개인사업자 등록하고 시작했어요. 작업한 작품들 인스타에 올리니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시더라고요. 글씨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낌과 이야기가 담겨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균형을 잘 맞추고 싶어요.

열심히 여기까지 달려오다 보니 언제부턴가 괴리감이 왔어요. 매너리즘에 빠진 거죠. 디자인을 하고 싶은데 수업을 하니 병행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캘리 비중을 줄이고 있어요. ‘허가영 손글씨’에서 ‘허가영 디자인사무소’로 사업자변경도 했고요. 또 콤플렉스처럼 따라오는 게 있어요, 저에게. 디자이너는 대체로 미술 입시로 그림을 그린 경력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그 보통의 절차를 안 거친 거죠. 그렇기에 실력이 미흡하다는 시선이 따라붙어요. 디자인이 눈에 보기에 다 다른데 말이죠. 오기가 많이 생기더라고요(웃음). 디자인도 글씨도 모두 저이기 때문에 이 둘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거겠죠. 

저는 같이 고민하는 것이 좋아요.

글씨와 디자인으로 작품이 나오려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과 표현하는 사람의 생각이 필요해요. 이 과정을 저 혼자서 하지 않고 작품이 필요한 분과 함께 하는 것이 좋거든요. 그래서인지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외주 작업이 많이 들어왔어요 다음에는 어떤 사람이 올까? 내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 내 작품의 중심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두려움으로 고민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 가는 저만의 힘을 안 잃어버렸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거요?

내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주만 받다 보니 나만의 작업물이 없어서요. 정리된 포폴(포트폴리오)이 있었으면 하거든요. 나름대로 굿즈를 만들어보는 시도도 하고 있어요. ‘허가영 디자인사무소’라는 고유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효자동 작업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어요. 또 센 글씨를 갖고 싶어요. 제 글씨는 ‘화를 내다 참고’ 느낌이래요. 갈겨쓰는 와중에 정렬을 한 대요(웃음). 생각 없이 썼는데 어떤 블로거는 조형학적으로 글씨를 분석해서 나름의 개론을 만들어 낸 거 있죠. 그래서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카리스마가 있는 세고 굵음으로 결론 내렸어요. 이런 저의 이야기와 글씨를 담은 책도 내고 싶고요. 너무 부족하지만, 이 부족함이 새로움으로 연결되며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6월에 결혼합니다(웃음). 머리가 계속 하얘지고 있어요. 그래서 애써 내가 무엇을 하려 하기보다 힘을 빼는 연습을 하는 중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힘주지 말고!’ 이게 저의 2021년도 마음가짐입니다. 

그런데 저 원래 술술 얘기 잘 못 하는데 막 나와요. 감사합니다!

작품 사진을 보내주며 추려내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그만큼 다양하게 고민하며 멋지게 살아온 거라 말하고 싶다. 인터뷰하는 내내 통하는 코드가 있어서인지 너무 즐거웠다. 통해서 감사한 마음을 글로 화답한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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