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섭 (시민활동가)

직원1 : 상무님 요즘 별명이 뭔지 알아?
직원2 : 응?

직원1 : 용기맨.
직원2 : 사장님한테 대들었구나!
직원1 : 아니. 뭐 담는 용기들 종류별로 엄청 들고 다녀. 그래서 “용기맨”.
직원2 : 사회적 책임…. 뭐 그런 건가?
직원1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사는 게 좀 불편하지 않을까?

자동차 광고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내용의 이 광고는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지속 가능’이나 ‘환경’은 자본시장뿐 아니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정도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는데도 2018년 ‘행복한 시민 정부’를 표방하며 힘차게 출발했던 시정부의 ‘지속 가능 도시’ 정책 추진은 아쉬움을 남긴다.

도시 열섬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계획한 ‘2050, 1억 그루 나무 심기’는 도심 면적에 비해 무리한 목표는 아닌지, 폭이 좁은 인도에서 보행권을 저해하고 나무 간의 간격이 좁아서 잘 자라기나 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으론 오래된 나무가 베어진다는 안타까움과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2019년 기준 생활 쓰레기 매립장의 수명이 9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춘천시는 2024년까지 쓰레기를 50% 감량하겠다는 ‘2450 제로웨이스트춘천’을 발표했다. 이후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선언하며 야심 찼지만, 춘천시와 산하기관에서는 생수와 종이컵을 비롯한 일회용품이 자주 눈에 띈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상장 케이스와 기념품, 일회성 회의에 필요한 자료도 플라스틱으로 제본한다.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무인 수거기 네프론과 RFID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기도 추진 배경에 맞게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교육과 홍보는 없고 현금 교환이라는 목적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 라벨을 뜯지 않고 세척하지 않은 캔과 페트병이 섞여 들어와 (재활용을 위해) 재선별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 외에 비닐 사용 절감 및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목적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RFID는 일반주택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기설치된 공동주택에서도 종량기 옆에 폐비닐 수거함을 놓음으로써 비닐 사용 절감 효과를 내지 못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무인 수거기 신규 설치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문제는 시민의식이 부족하기보다 설치 후 각 지자체 직원들이 지속해서 주민들에게 사용법을 설명하고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이밖에도 ‘지속 가능’이라는 철학이 무안할 정도의 환경 관련 정책들은 들여다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고 답답하게 한다.

다시 자동차 광고는 상무님의 독백, “불편해도 해야지!”라며 차에 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밤이 오고 땅이 캄캄해져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빛이 달일지라도 난 두렵지 않아요. 당신이 내 옆에 있는 한!” ‘stand by me’라는 음악을 배경으로.

지금 지구에는 인류문명을 뒤엎을 거대한 위기가 닥쳤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고 목표를 공유해 힘을 합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되지는 않을까. 부디 시정부의 철학이 목표와 방향을 잃고 좌초되지 않기를,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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