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 청년청이 정책 자료집을 내놓았다. 청년들에게 물어보았거나 청년들의 관점에서 궁금한 내용을 시민 전체에게 물어보았거나 한 조사결과들이다. 주제별로 발표한 내용을 모아 최근 ‘청년정책연구사업 결과자료집’(이하 자료집)으로 청년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주제에는 춘천시가 채택해주면 좋을 청년 정책 같은 내용이 있었는가 하면 지역 현안에 대한 청년들의 해결책 제안도 있었고 청년들의 문화 소비 등에 관한 행태 조사도 있었다. 춘천시의 청년 정책 플랫폼을 자처하고 출범한 기관인 만큼 청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이런 일들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청년의 문제를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명제는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청년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 행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청년들이 객체가 되어 ‘아프니까 청춘’이라든가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라든가 ‘열정 페이’라든가 하는 말에 제대로 항의 한번 하지 못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 명제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서도 안 된다. 모든 정책에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분배를 둘러싼 갈등과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한 연령별 인식의 방향이 달라 혼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청년 안에서도 성별 차이와 같이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집단이나 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선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들의 주장을 현실화할 때는 반드시 심층적 논의와 전략 수립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현실화에 앞서 청년들의 바람을 먼저 경청한다는 차원에서 자료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자료집의 ‘춘천시 청년 정책 수요조사’ 부분에 소개된 내용이다. 조사대상 299명의 대학(원)생 가운데 응답자 46.15%가 가장 중요한 청년 정책으로 ‘청년 고용 확대 및 일자리 질 향상’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춘천시의 정책박람회에서 청년청이 소개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청년청과 함께 하는 청년의회가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14개 청년 정책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한 결과 142표를 받은 ‘청년구직자 취업 지원 확대 정책’이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박람회의 제안이 취업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더 하라는 이야기라면 올해 자료집의 제안은 일자리 자체를 늘리고 그 질도 향상하라는 이야기다. 지방자치단체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일자리를 많이 늘리라는 제안은 춘천시로서는 당장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더더구나 경제성장률이나 경기 측면에서 한국 전체의 사정이 어려운 마당에 질을 좋게 해줄 방안을 찾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계청서 발표하는 만 19~39세 사이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첫 일자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었다. 최근 4년 동안의 통계는 응답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이 이런 이유로 첫 일자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일자리 확대와 일자리 질의 개선을 춘천시가 다 알아서 하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어서 청년이 힘을 합쳐야 하겠다. 관내 5개의 대학과 춘천시, 춘천시청년청이 지혜를 모은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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