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춘천에는 청년들이 즐길만한 공간이 제법 많아요. 그런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외곽에 많아서 찾아가기 어려워요.” 

“차가 없는 대다수의 청년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춘천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고 즐기기 어려워요.” 

“청년에게 교통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춘천은 청년의 문화 향유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중심의 비영리 사단법인‘(사)강원살이’가 지난해 진행한 ‘Walk# Chuncheon’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자와 매니저들이 밝힌 아쉬움이다. 그들은 춘천도심에서 사북면 송암리의 한 이름난 공방을 다녀오기 위해 미니버스를 빌리는 등 사업 진행과정에서 크고작은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춘천은 제2차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되어 이제 곧 다양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예정이다. 성공의 관건은 시민의 참여이다. 그런데 문화현장에서는 춘천의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문화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아 아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이유가 그들의 고단한 삶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하던 차에 앞서 인용한 말을 듣고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번 주 《춘천사람들》 6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의 많은 청년들은 춘천에서 문화콘텐츠를 즐기기에 접근성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많이 언급한 이유가 교통 불편(29%)이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홍보부족도 꼽았지만 문화도시 조성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대부분은 충족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교통접근성은 비단 청년층의 문화향유 뿐 아니라 문화도시 조성의 성공에도 직결되는 기반이기에 중요하다.

춘천시정부의 ‘2040 춘천플랜’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도심과 외곽의 문화예술 격차’ 와 ‘생활권 내 문화 및 여가시설 부족’을 꼬집었다. 대문 밖으로 나서서 10분 안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전환문화도시의 약속이 탁월한 비전이라고 칭찬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외곽 읍면 지역의 전환문화마을과 ‘모두의 살롱’, ‘도시가 살롱’, ‘인생공방’, ‘전환가게’ 등 생활권 문화시설 등이 그런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권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다면?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 차량 의존도가 높은 춘천에서는, 차가 없는 도심의 청년과 시민들에게 먼 곳에서 진행되는 문화콘텐츠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여러 문화시설들과 촘촘히 연결된다 한들 도심 밖 먼 곳이라면 편리한 대중교통에 기댈 수밖에 없다.

‘빌바오 효과’로 유명한 세계적인 문화도시 스페인 빌바오의 성공요인은 구겐하임 미술관 이전에 사람중심의 교통에 있다. 하지만 춘천은 빌바오가 아니다. 당장에 보행로를 넓히고 도로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공유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활성화와 ‘문화셔틀버스’(가칭) 운용이 어떨까? 춘천의 지형과 도로 환경을 고려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도심과 외곽마을의 중간 지점에 정류장을 지으면 어떨까? 또 전기로 작동하는 ‘문화셔틀버스’가 권역별 문화거점을 순회하고 차에서 내린 시민은 다시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어떨까? 

법정 문화도시 사업비는 5년 간 200억이다.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교통까지 개선하려면 시 정부의 예산과 정책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문화도시 춘천의 대중교통은 문화를 향유하는 시민의 권리이다. 법정문화도시 성공의 열쇠는 교통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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