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에 처음 만난 춘삼이는 이제 완전한 가족이 됐다. 그 과정에서 지면에서 소개했던 일화들처럼 늘 행복하고 감동적이며, 즐거웠던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소변을 가리는 문제나 간식 문제 때문에 가족들과 겪었던 갈등도 있었고, 어떤 날에는 시간이 없어 부득이 산책을 나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춘삼이와 함께 발자국을 만들며 ‘찰칵’ 

그중에서도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 마음속에 많이 남아있다. 늦은 밤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인터넷이 먹통이 돼 살펴보니 춘삼이가 인터넷 선을 물어뜯어 끊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던 작업이 모두 날아가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런 거 물어뜯으면 안 돼! 또 이럴 거야?”라며 크게 화를 냈다. 춘삼이는 내가 화를 내자 깨갱거리며 숫제 바닥에 엎드려 눈치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 화가 가라앉자 너무나 우울해졌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는 원래 물어뜯도록 태어났다. 물어뜯도록 태어난 개가 물어뜯었다고 화를 내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나의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죄 없는 동물마저 괴롭게 만들었다.’

이후 춘삼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춘삼이, 언제 혼이 났냐는 듯 다시 꼬리를 치며 사랑을 나누는 춘삼이가 너무나 고맙다. ‘춘삼이와 나’ 코너는 이번호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춘삼이와 나는 오랫동안 함께할 것이다. 혹시 산책하다가 만나기라도 한다면 반갑게 인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