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최근 언론에 아동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며 마음이 아파 온다. 왜 이런 가슴 아픈 사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일까.

아동학대 범죄가 더 잔혹해지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그간 숨겨왔던 사건·사고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고,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방어력이 취약한 아동이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폭력을 용인했던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묻혔던 사건들이 수면으로 올라왔다고 말한다. 또한 아동학대는 지속성을 가진 범죄로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이 성장하며 크게 보지 않았던 문제들도 신고해 그 수치가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울산 계모 사건’이 발생한 2013년에는 아동 신고 건수가 1만3천76건이었지만, 이듬해에는 36.1%가 증가한 1만7천791건이 접수됐다. 이후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9년에는 4만1천389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발생한 ‘정인이 사건’ 이후 신고 건수가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14일까지 하루 평균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8%가 늘었다.

연도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지난 2014년 14명에서 2019년 42명으로 3배로 늘었다.

지난주 빈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두 살 아이는 6개월 전 친엄마가 버리고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여서 보기 싫어서 혼자 이사를 가 버렸단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동수당은 꼬박꼬박 챙겼다고 한다.

생후 2주 된 아기가 자꾸 운다고 숨지게 한 부모는 119 신고 전 아기 몸에 생긴 멍을 빨리 없애는 법을 검색해 봤다고 한다. 열 살 조카를 숨지게 한 이모 부부가 체벌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냥 있었던 엄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왔던 마지막 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걸으려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토종 물고기인 가시고기는 부성애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암컷이 알을 낳고 죽으면 며칠씩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둥지를 지킨다. 주둥이로는 알을 깨끗이 닦고, 지느러미를 흔들어 산소를 공급한다. 태어난 새끼를 정성껏 보살피다 숨을 거둔다. 죽은 몸까지 새끼에게 내어줘 먹이가 된다. 유럽에서는 펠리컨이 모성애의 상징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면 가슴을 펴고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펠리컨 어미조각물를 볼 수 있다. 새끼가 먹는 먹이는 다름 아닌 어미의 가슴 살이다.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인데 그들을 부모라 부를 수 있을까. 

아동학대 가능성이 높은 요인은 부모의 미성숙, 아동양육에 대한 지식 부족, 잦은 가정의 위기, 사회적 고립, 약물중독, 부모의 낮은 자아존중감 등이라고 한다. 아동학대의 신체적 상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이차적으로 청소년범죄, 우울장애, 자살행동 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폭력에 대한 가치와 규범, 사회적 고립 및 사회적 지지체계 결여, 신체적인 처벌에 대한 허용적인 문화, 아동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자녀에 대한 소유의식 등이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어찌 됐든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악마들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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