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영 (시인)

졸시 두 편을 소개한다. 

태안에서 당진을 잇는 한적한 지방도를 지나던 승용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한 여자가 내려서는 갓길 좌판에서 수박을 팔고 있는 할머니와 흥정을 시작했는데, 

할머니 이 수박 얼마예요 / 올해 날이 궂어서유

아니 이 수박 얼마냐고요 / 긍께 품이 많이 들어서유

그러니까 얼마 드리면 되냐고요 / 대충 줘유 서울 사람이 잘 알겄쥬 촌것이 알간디유

만 원 드리면 될까요 / 냅둬유 소나 갖다 멕이게 

서울서도 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요 / 그럼 서울서 사지 여까지 왜 왔슈

그러지 마시고 좀 깎아주면 안 돼요 / 서울깍쟁이 서울깍쟁이 하더만 진짜구만유

그럼 이만 원에 세 개는 어때요 싸게라도 많이 파는 게 좋잖아요 / 냅둬유 썩어지면 거름이나 주지유 머 

그 여자, 결국 수박을 샀을까 못 샀을까 내 엿 내가 만들어 파는 것이니 엿 값은 엿장수 맘이라는데 대형마트의 그 많은 수박 값은 누가 정하는 걸까 ‘소값 개값 되고 돼지금 똥금 되어 논 두 마지기 홀랑 날리고 미친 지랄 몇 년에 불알만 덜렁 남았다’던 48년 생 문태환 씨는 지금 어찌 사나 몰라

―졸시, <그 여자 수박을 샀을까  못 샀을까> 전문

연세우노비뇨기과 김정민 원장은 2005년 10월 24일자 파이낸셜뉴스에 <솔직한性 당당한性>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기고했다.

세상엔 희한한 성기들이 많다. 거미원숭이와 고양이는 성기에 가시가 돋쳐 있다. 거미원숭이는 가시 덕분에 교미하는 동안 암컷 몸에 매달려 있을 수 있고, 고양이는 성기를 빼낼 때 고통이 자극제가 되어 암컷이 난자를 배출한다. 주머니쥐는 음경이 둘이다. 다행히 암컷주머니쥐도 질이 한 쌍이라 질 하나에 음경 한 개씩 넣으면 딱 맞는다. 잠자리의 음경은 삽 모양으로 생겨 암컷 몸속에 들어 있는 경쟁자의 정액을 퍼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럽토끼벼룩의 음경 역시 만만치 않게 기이하다. 음경이 똘똘 감긴 막대 두 개로 이뤄져 있는데, 짧은 쪽에 정자가 용수철처럼 감겨 있다. 이 밖에도 하나의 성기가 깨질 경우를 대비해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집게벌레, 짝짓기 후 폭발해버리는 성기를 가진 수벌 등 동물들의 특이한 음경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다 나름의 쓸모가 있어서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이성복 시인은 2003년 10월 열림원에서 발간한 본인의 시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에 <K와 프리이다의 첫 번째 性>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실었다

어떤 수컷은 일 끝나면 제 성기를 부러뜨려 코르크 마개처럼 입구를 막아버린다. 다른 수컷들과 교미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어떤 수컷은 국자처럼 생긴 그것으로, 다른 수컷들이 쏟아놓은 즙액을 퍼내고 제 볼일을 본다. 사람의 남성이 그렇게 생겼다는 설도 있다. 어떤 갈매기는 짝짓기 예물로 암컷에게 준 물고기를 일 끝내자마자 물고 달아나고, 어떤 반딧불이는 암컷의 신호를 보내 흥분해서 찾아오는 수컷들로 식사한다. 다들 미쳤느냐고? 다소 야비하지만, 철저히 제정신이다. 

박제영 시인은 2007년 7월 23일 이 두 글을 베끼고는 <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란 제목으로 버젓이 다소 야비하게 자신의 창작시인 양 모계간지 가을호에 신작시로 발표했다.

―졸시, <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전문

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와 김용택의 시 <문태환 약전>을 인용하여 각색한 것이고, 후자는 신문기사와 이성복의 시 <K와 프리이다의 첫 번째 性>을 인용한 것이다.

김민정 작가의 소설을 통째 베껴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한 손모 씨가 장안의 화제다. 손모 씨는 가수 유영석 씨의 가사도 그대로 도용하여 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손모 씨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표절이 이렇게 문제가 되는 일인 줄 몰랐다. 단지 나의 자존감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손모 씨와 무엇이 다를까? 거울 속에서 손모 씨가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듯 씨익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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