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 위해 조성한 지 4개월여 만에 벗겨져
시정부, “시공에 하자 있다. 보수 대책 마련중”

춘천시정부가 시공한 공지천변 자전거도로의 페인트가 불과 4개월여 만에 벗겨지고 있어 부실공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정부는 지난해 10월경 공지천변의 산책객 및 자전거 이용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전거 사고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퇴계교와 석사교 사이 약 1.7km 구간을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로 나누는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보행로는 기존의 붉은색 아스콘 길을 이용하고 자전거는 푸른색 콘크리트 길로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남짓 지난 2월 말 즈음 《춘천사람들》이 공지천변을 찾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칠이 벗겨지면서 흉물스러운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지천에 새로 칠한 페인트가 4개월여 만에 거의 벗겨져가는 상황이다.

산책을 즐기던 한 시민에게 페인트 시공이 얼마나 된 것으로 보이냐고 물어보니 “3~4년은 돼 보인다”면서 “이제 새로 칠을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실제로는 지난해 10월 시공한 것이라고 알려주자 깜짝 놀라며 “말도 안 된다. 공사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 “수성 페인트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

춘천의 한 페인트 시공 전문업체를 찾아가 문의해 보니, “수성 페인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야외에 노출되는 콘크리트에는 일반적으로 수성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잘못된 페인트를 사용했다면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첫 번째는 춘천시정부가 잘못된 발주를 넣은 경우다. 이러한 경우, 시공사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시공사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의대로 변경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시공사가 배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환경오염문제로 친환경 수성 페인트를 칠한 경우다. 하지만 친환경 수성 페인트는 실내에 적합한 페인트기 때문에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환경오염을 염두에 두었다면 차라리 비용이 더 들더라도 우레탄 도장 등의 더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문가의 입장으로 봤을 때 “경유야 어찌 됐든지 결과적으로 시공이 잘못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놀라게 했던 ‘파란 공지천’ 사건

지난해 11월 22일, 공지천 한 하수구에서 파란색을 띤 물이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 춘천시는 하수구 앞 하천 일대 물고기가 폐사하지 않은 점에 미뤄볼 때 독성은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시정부 관계자는 “파란색 물이 나온 하수구는 비가 내리면 일부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방식으로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다”며 “가정이나 상가 등에서 사용한 물감류의 수성 물질이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페인트가 거의 벗겨지는 상황을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지금, 지난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던 ‘파란 공지천’ 사건의 주범이 바로 자전거도로의 페인트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벗겨진 페인트가 공지천으로 흘러들지 않았다면 달리 흘러갈 곳이 없는데다가 특히 페인트가 칠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 11월 19일 60mm 이상의 비가 내렸다는 점, 색깔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 등의 상황은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든다.

시정부, “문제 발생 인지, 보수 대책 검토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시정부 건설과에서는 현재 불거진 문제를 알고 있으며, 조속히 보수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건설과 관계자는 2019년부터 산책로가 협소하기 때문에 길을 넓히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 페인트를 칠하게 됐다고 말했다. 페인트 칠이 급속하게 벗겨진 이유에 대해서는 “시공을 하기 전 같은 재질에 칠을 해 보고 접착력을 시험해 봤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겨울이 굉장히 추웠고 눈도 자주 오면서 벗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시공사와 다양한 방법으로 보수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공사를 공개해 달라는 요청에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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