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반야월, 2008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
1942년 군국가요 다수 작사… ‘진방남’ 이름으로 직접 노래도 불러

〈일억 총진군〉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대일본의 승리를 위해 1억의 국민이 결사항전을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누가 썼을까? 놀랍게도 한국 가요계의 3대 보물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반야월이 1942년에 작사하고 진방남이란 이름으로 직접 노래까지 불렀다. 그의 본명은 박창오다. 1917년 마산에서 태어나 1938년 가수로 데뷔했다. 작곡가 박시춘, 가수 이난영과 더불어 한국 가요계의 3대 보물로 불리지만, 반야월은 박시춘과 나란히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그는 〈일억 총진군〉 외에도 〈결전 태평양〉, 〈소년초〉, 〈조국의 아들〉 등의 군국가요 가사를 썼고, 〈일억 총진군〉과 〈조국의 아들〉, 그리고 〈고원의 십오야〉는 진방남의 이름으로 직접 노래도 불렀다.

소양강스카이워크와 소양강처녀상 사이 대로변에 세워져 있는〈소양강처녀〉노래비. 가수 반야월은 1942년에 다수의 일제 군국가요 가사를 쓰고 직접 노래도 불렀지만, 이를 아는 시민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국민애창곡으로 불리는 많은 노랫말이 그의 손에서 쓰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꽃마차〉, 〈단장의 미아리고개〉, 〈유정천리〉, 〈울고 넘는 박달재〉, 〈만리포 사랑〉, 〈벽오동 심은 뜻은〉, 〈비 내리는 삼랑진〉, 〈아빠의 청춘〉, 〈무너진 사랑탑〉, 〈산장의 여인〉, 〈산유화〉, 〈외나무다리〉…. 그 중에 1969년 작사한 〈소양강처녀〉가 있다. 〈소양강처녀〉 또한 전국민적인 애창곡 중의 하나이자 춘천을 대표하는 노래로 인식돼 있다. 그래서 2005년 11월 소양2교 근처에 ‘소양강처녀상’을 세우고 그 앞 도로변에 노래비도 세웠다. 그러나 춘천을 대표하는 〈소양강처녀〉의 노랫말을 지은 반야월이 일제의 군국가요를 써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실을 아는 춘천시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반야월은 〈겨레의 영광〉이라는 5·16쿠데타 찬양가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흥우 (강원민주재단 기록사업위원장)

반야월의 친일행위가 알려지면서 그의 노래비가 논란이 됐다. 2012년 창원시에서 〈산장의 여인〉 노래비를 세우려다 시민들의 반발에 부닥쳤고, 2016년에는 제천시 백운면에 있는 박달재고개 정상에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비 옆에 “가수 반야월의 일제하 협력행위”라는 제목의 안내 표지판이 세워지기도 했다. 

2008년에 《친일인명사전》이 나온 지 13년째를 맞이했지만, 그동안 반야월의 친일행적에 대해, 그의 〈소양강처녀〉 노래비에 대해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래비 옆에 진실을 알리는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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