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자 그림책 작가(도서출판 핑거)
유럽서 출판… BIB 2021 한국출품작

최근 그림책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사회·심리·철학·환경적 주제까지 함축적으로 담아내며 성인 독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그림책 작가들이 늘고 있다. 춘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미자 작가도 그중 하나다.

“그림책 많이 사랑해 주세요!” 조미자 그림책 작가(도서출판 핑거)가 《걱정상자》, 《불안》, 《타이어월드》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을 소개한 후 인사와 바램을 전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조 작가는 학업을 위해 고향 춘천을 떠났다가 대학 졸업 후 다시 돌아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순수미술을 하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렇듯 졸업 무렵,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에 마침표를 찍게 된 계기는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때문이다. 브라질의 환경운동가 치코멘데스를 기려 만든 그림책인데 기차놀이와 동물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통해 환경위기를 일깨운다. 그 책을 본 후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 쉽게 발길이 닿지 않는 갤러리에 걸리는 그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나의 생각을 글까지 더해 들려줄 수 있다는 매력.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의욕이 생겼다. 그렇게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그림책 《어느 공원의 하루》는 공지천 공원에 자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원 의자의 하루 풍경을 담은 서정적 이야기이다. 이를 시작으로 글과 그림을 모두 맡아 펴낸 그림책은 총 17권이고, 그밖에 다수의 책에 그림으로 참여해 왔다.

최근 그에게는 축하받을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그림책 《걱정상자》와 《불안》이 유럽에서 출판됐고, 《타이어월드》는 세계 3대 그림책 상으로 꼽히는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2021 한국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9년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출판되기도 전의 가제본 형태의 더미를 들고 참가했다. 그곳에서 인연이 닿은 한국 출판에이전시의 전시 부스에서 두 책을 소개하게 됐는데 벨기에 출판사 ‘Clavis’의 눈에 들어 출판 제안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서 《걱정상자》와 《불안》이 각각 출판되고, 지난 1월 말 마침내 유럽에서도 ‘캐릭터의 표현이 재미있고 감정이 단계별로 잘 시각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판됐다.”

《걱정상자》는 호랑이 ‘호’가 걱정꾸러기 도마뱀 친구 ‘주주’의 걱정을 사라지게 돕는 이야기이다. 《불안》은 땅속으로 이어진 실을 잡아당긴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불안이라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순간에 도달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북스타트, 세종도서 교양부문,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여러 곳의 추천도서로 선정됐다.

《타이어월드》는 씽씽 달리다 시간이 흘러 카센터 한구석에 버려진 타이어를 통해 삶을 은유하며 따뜻함과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이야기이다.

“아이와 어른이 모두 공감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 이야기와 감정을 담으려고 한다. 덕분에 독서치유·학생상담·감정코칭하는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말을 들어 보람이 크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버리면 더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도서출판 ‘핑거’는 지난해 설립한 독립출판 브랜드이다. 첫 작품 《불안》을 시작으로, 《가끔씩 나는》(2020 행복한 아침독서추천도서), 《타이어월드》, 《두 발을 담그고》 등을 펴냈으며, 북스타트 프로그램 도서로 선정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림책은 정말 매력적인 장르이다. 또 순수회화 못지않은 수준 높은 그림들도 담겨 있다. 아늑하고 자연이 살아있는 춘천에서 계속 활동을 하고 싶다. 요즘엔 6월경 나올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느긋하게 만들고 싶다. 그림책 많이 사랑해 주세요”(미소). 조 작가가 그림책을 읽어 주듯 나긋한 목소리로 바램을 전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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