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산불 다발 시·군 순위에서 춘천시가 5년 연속(2015∼2019년) 10위권 내에 이름을 걸고 있다(본지 제260호 15면 보도). 참으로 외면하고픈 불명예다.

5년간 연도별 건수와 면적은 ’15년 14건·2.07ha, ’16년 12건·2.80ha, ’17년 16건·2.02ha, ’18년 10건·12.21ha, ’19년 12건·9.09ha이다(2020년 《산불통계연보》는 아직 발표되지 않음).

이 수치에 대해 “도농복합시라 소소한 발생 건수는 많겠지만 소실 면적은 축구장 3개 크기인 2ha 정도인데 굳이 순위를 따져 가며 호들갑이냐”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물론 최근 5년간 산불 다발 10위권에 랭크(?)된 시·군을 보면 춘천 5회, 가평·양평·화성 3곳 4회,  홍천·남양주·경기광주·포천·경주 5곳 3회다. 이들 다수는 춘천과 유사한 도농복합시이다.

지난달 15일자 춘천시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춘천 내 산불 현황은 ’18년 6건·12.15㏊, ’19년 10건·7.06㏊, ’20년 7건·35.8㏊이다. 통일적인 통계 수치가 아쉽다. 통계의 오류는 차지하더라도 최근 들어 산불로 인한 소실 면적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봄철 가뭄 등이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시정부 예산이 이러한 산불의 경향이나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춘천시 산불자원방재 예산은 2016년 67.2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57.7억 원이다. 산불이 줄어 10억 원 정도 준 것인가. 또 산불자원방재 국고보조금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2016년은 29.4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16.6억 원으로 10억 원 이상 줄었다. 오히려 시정부 예산은 28.9억 원에서 33.2억 원으로 늘었다.

도농복합시라는 주거환경적 요인 때문에 산불 가능성이 높다면, 그런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국고보조금은 늘어나는 게, 늘어나도록 노력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러한 예산 편성을 보며, 연례적으로 봄철 산불방지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시정부의 산불에 대한 경계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말 따로 행동 따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시정부는 산불감시원 108명, 진화대 89명을 선발하여 공공빅데이터 표준분석모델을 활용해 파악된 산불취약지에 배치했으며, 이·통장과 자생단체 등을 활용한 산불 예방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산불자원방재 예산 내 기타보상금 항목을 두어 이·통장과 자생단체 등 시민의 안전에 시민이 참여하는 물꼬를 텄다는 점은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 춘천”에 부합된다고 판단된다.

2017년 번역·출간된 《세렝게티 법칙》이란 책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세렝게티 초원의 누(Gnu) 개체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하자 먹이사슬과 관계없는 기린(Giraffe)의 수도 증가했다고 한다. 원인은 누의 개체수가 증가해 초원의 풀을 모조리 뜯어 숲의 화재 건수가 줄었고, 이로 인해 기린의 먹이인 키가 큰 나무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라 한다. 누, 기린, 화재라는 생뚱맞은 공생과 협업이 튼실한 생태계의 표상이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건강한 생태계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산불예방 등 시민안전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정부는 정확한 산불 현황 진단 및 해결 방안을 시민과 논의하고 제시하며 적정 예산 편성에 최선을 다하고, 시민들은 산불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이웃과 공동체의 안전이 나의 안전임을 체득해야 한다. 이렇듯 시민과 정책당국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때 건강한 정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고, 지역 공동체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산불조심, 아니 시민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춘천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읍·면 단위 지역이다. 고령자 세대 등 취학계층이 많이 산다. 취약계층은 단순히 경제적 취약성뿐 아니라 건강 및 안전에도 취약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따스한 시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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