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쓰레기 분리수거장 앞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다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지곤 한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모두 비슷한 플라스틱이지만 표면에 찍혀 있는 알 수 없는(?) 표기는 서로 다르다. 게다가 ‘친환경 플라스틱’임을 알리는 마크까지 있으면 더욱 헛갈린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발생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상황이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음식 배달·온라인 주문 건수가 2019년 대비 20~30%가량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도 60% 이상 증가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지난 2019년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956개 기업 가운데 전체의 89.1%에 해당하는 852개 기업 매출이 평균적으로 2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로 인해 누구나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도 마음 한 켠엔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죄책감으로 인해 ‘친환경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찾기도 한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도 환경문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이런 플라스틱은 정말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친환경 플라스틱’은 썩거나 재활용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면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제품들이 많다. 먼저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꼽을 수 있다. 언뜻 생분해가 돼서 사라지는 플라스틱을 연상시키지만 실은 촉진제를 넣어 빛이나 열에 노출되면 빠르게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는 의미이다.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잘게 쪼개지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식물성 소재를 섞은 ‘바이오매스 합성수지(EL727)’가 있다. 석유로 만드는 일반적인 플라스틱에 옥수수 따위에서 나오는 추출 물질을 섞는 방식이다. ‘OTHER’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라스틱이 이에 해당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식물성 성분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더 친환경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바이오매스 합성수지(EL727)’는 식물성 물질이 섞인 비율이 각각 달라 애초에 녹여서 다시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식물성 추출물을 섞어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친환경 플라스틱 중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면 미생물에 의해 100% 분해되는 PLA(옥수수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수지) 정도가 있다.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편의점 CU’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업계 최초로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편식 용기에 PLA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6개월 만에 100만 개의 상품이 팔렸다고 한다.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은 반길 일이지만, 단순히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감을 덜기 위해 제품광고만 보고 ‘친환경 플라스틱’ 마크를 선택하는 것은 환경오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개개인의 책임감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진짜 친환경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용하는 것이 기업을 움직이고 지구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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