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기후위기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3월의 첫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고, 지난 1월에는 20년 만의 한파와 89년 만의 고온 등 한반도의 날씨가 냉온탕을 반복했다.

미국 텍사스와 미네소타 등 중남부 지역에도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하는 텍사스주는 30년 만에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 정전사태까지 일어나 주민 대부분이 식수와 음식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사람뿐만 아니다.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수백 마리의 거북이가 기절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또한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는 산악 빙하가 떨어지며 생긴 빙하 홍수로 200명이 희생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면 2050년 평균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 증가해서 기근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만 명 이상 발생하고, 해안침수 피해를 입는 이들은 연 1억6천만 명 이상이라고 경고한다. 세계지도에서 상하이·홍콩·뭄바이·자카르타 등을 볼 수 없게 된다.

겁이 나는가? 불안한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지구를 위해 한 가지 작은 실천을 해 보자. 자전거 타기? 그것도 좋다. 그런데 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해도, 자전거 타기 힘든 날씨여도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작은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바로, ‘고기 덜 먹기’이다.

축산업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이다. FAO(유엔농업식량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8%로 전 세계 교통수단 13.5%보다 더 많다. 특히 소는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고, 사육 면적도 넓고, 사료도 많이 필요하다. 조지프 푸어 옥스퍼드대 교수와 토머스 네메섹 박사의 《사이언스》지 2018년 1월 논문에 따르면, 1㎏의 식품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고기는 60㎏이지만 완두콩은 고작 0.9㎏이다. 식물류가 육류보다 10~50배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고기 1kg 생산에 쓰는 면적은 326.21㎡이지만 콩은 3.526㎡면 된다. 

축산업은 산림도 황폐화시킨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2019년 아마존에서 8월 한 달 동안 2만 5000㎢에 이르는 대지가 불에 탔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목축을 위한 초지 조성과 사료용 콩을 재배하기 위해서다.

제레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열대우림을 개간해서 생산한 소고기로 햄버거를 하나 만들어 먹으면 75kg에 이르는 생명체가 파괴된다고 경고한다.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소비되는 물의 양 또한 엄청나다.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은 《죽음의 밥상》에서 1파운드의 햄버거용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은, 같은 크기의 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물의 12배, 감자의 64배, 토마토의 86배라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길러지는 15억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다. 이윤희 기후변화 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반추동물이 트림을 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21배 강력한 메탄이 발생한다. 분뇨 자체에서도 이산화탄소의 310배에 이르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아산화질소를 배출한다”라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로는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95년 27.4kg에서 2019년 54.6kg으로 연평균 3%씩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과 BBC 방송이 개발한 ‘기후변화 식품 계산기’로 육류소비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보도하여 충격을 주었다. 4인 가족이 일 주일에 한 번 1년간 육류소비를 위해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는 승용차 3만km 주행, 또는 평균 가정을 3년간 난방할 때 발생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보다 고기 소비를 반으로 줄이는 게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오래전 폴 매카트니와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전 의장도 ‘고기 없는 월요일’을 제안한 바 있다.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되자는 게 아니다. 조금씩 줄여 보자는 거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실천은 의외로 쉽다. 식탁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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