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CSV 디자인연구소장)

“엄마, 학교는 언제부터 갈 수 있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초등 4학년이 된 아들은 작년 한 해 등교수업도, 방과후수업도, 운동수업도 대부분 멈춰진 시간처럼 지내며 부쩍 디지털 기기와 게임 활동(?)을 열심히 했던 터였다. 초반에는 친구들과 놀지 못해 힘들어하더니, 온라인 수업이 익숙해진 뒤엔 자기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나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학습에 기준을 맞추려는 아이와 실랑이 혹은 타협하는 가정학습의 줄다리기가 가정에서 대체로 겪었던 풍경이지 싶다. 엄마 입장에선 아이가 내내 집에서 머무른 시간은 늘 방학 같았고, 아주 긴 터널 속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새 학기’의 분위기는 아이에게 새로운 긴장감과 설레임으로 느껴지나 보다. 첫 개학일도 온라인으로 만나는 아쉬움이 크긴 했지만,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기대하는 들뜬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는 건 아주 가까운 것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조금 먼 미래를 향기롭게 꿈꾸는 것에서부터 일상에서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 사이를 오갈 수 있게 해 준다. 그 하루하루 속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에 대한 우리의 ‘지금’을 제대로 드러낸 한편, 또 오늘이 될 ‘내일’을 이야기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 특히 맞벌이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돌봄 공백이 얼마나 힘든 시간인지 절실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교육 현장, 돌봄 현장을 아우른 주요 정책과 변화 요구들이 떠올랐고, 특히 더 밀착된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게 적절한 환경은 더 어려운 문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학교에서의 돌봄교실 확장 추세도 있고, 다양한 행정부서와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행이 가능한 명분이나 기반이 마련되는 것은 좋으나, 늘 부딪히는 지점은 실행 주체의 문제이다. 특히, 교육이나 돌봄이라는 분야는 서로 간의 필요에 공감하는 것과 주고받는 경험에 얼마나 열려 있는가의 지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상을 일방적 수혜자나 거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여지없이 찍어내는 서비스 공장이나 시장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향하는 교육과 돌봄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자원의 열린 활용(공유)과 가장 안전한 환경의 마련,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과 돌봄의 구조가 가능하기 위한 공동체적 동력이 모두 연결된 형태여야 할 것이다. 민들레 133호에는 이러한 맥락의 실마리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학교를 넘어선 마을과 지자체와의 협력적 모델 사례(서울 중구형 초등돌봄교실), ‘생활동반자법’을 통한 다양한 관계에서의 가족 구성 기회를 고려해 보는 방법, ‘타임뱅크(시간은행)’를 통한 공동체적 관계망을 촘촘히 하는 가능성 등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춘천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봄내동동” 사업이 시동을 건다. 학교라는 신뢰도 높은 자원과 마을과 주민의 이름 속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숨은 자원, 지자체와 교육청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협치) 가능성 등의 새로운 도전들이 사람들 속에서 가능성으로 확인되길 바란다. 엄마 아닌 엄마가, 삼촌이 아닌 삼촌이, 할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가 내 주위에 만들어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든든한 일이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 너머 가족이 되어 주기 위해 함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자세히 살피는 것부터 시작되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가족’이 되어 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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