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천, 금슬 좋은 ‘원앙’ 한 쌍
소양호, 쉬어 가는 독수리 떼 확인
농가마저 덮치는 ‘가시박’ 심각

한국수자원공사(사장 박재현)의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대표 염형철)의 ‘2021 북한강 생태계 시민조사활동’이 지난 2월부터 춘천지역에서도 시작됐다. 약 1년간 영월과 춘천, 여주, 고양, 서울 등지에서 동시에 진행이 되는 생태 조사활동이다.

약 5명으로 구성된 춘천지역 조사단은 앞으로 버드나무류와 철새·텃새 등의 조류, 맹꽁이나 수달 등의 기타 동물과 함께 가시박이나 단풍돼지풀 같은 생태교란종의 분포와 수량을 가시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공지천에서는 고운 빛깔의 청둥오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고학규 시민기자

시민조사단은 강원지역 철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거치고 지난 2월 19일 공지천 일대 및 중도를 조사하는 것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온의교부터 거두리 방향의 공지천 하류엔 햇살이 가득했지만 2월 중순의 날씨는 아침 최저기온 영하 9°C로 매우 쌀쌀했다. 결빙이 녹아 얼음 사이로 졸졸대는 물소리는 매우 듣기에 좋았다. 시작지점부터 검은색 물닭과 흰뺨검둥오리 무리가 나타났다. 이후 청둥오리, 쇠오리, 논병아리 등 크고 작은 철새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중간지점에서 나타난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 한 쌍은 서로를 보듬으며 금슬을 자랑했다. 한가로이 물질에 바쁜 오리 떼를 보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깔끔히 정돈된 하천변이 조류들을 보듬어 줄 안식처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중도에선 멸종위기종 1급인 흰꼬리수리와 민물가마우지, 흰비오리 떼 등 다양한 조류의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뛰어난 생존력과 번식력을 가진 ‘가시박’은 중도를 삼키고 있었다. 조사단은 연차적 제거작업을 하루빨리 착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2월 26일 2차 조사지역은 소양댐 상류 지역이다. 상류 지역은 수심이 깊어 철새들의 서식지보다는 사냥터로 적합한 곳이다. 큰 기대 없이 올라선 승호대에서 100여 마리의 독수리 떼가 장관을 이뤘다. 조류 전문가에 따르면 몽골에서 한국을 찾아와 겨울을 보냈고 봄이 오기 전 1천200km를 날아 다시 몽골로 향하는 길목에 쉬어 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긴 여정을 재정비하려고 잠시 내려앉은 곳이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고 일조량이 풍부하고 먹이 확보가 수월한 승호대 일대라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왼쪽) 부귀리 승호대에서 발견된 독수리 떼 중 한 마리, 날개에 표식이 붙어 있다. (오른쪽) 가시박이 덮어 버린 상중도 농가의 창고.      사진=고학규 시민기자

산양은 종종 목격이 되나 봉화산 정상으로 가야 그나마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주민의 말에 직접 탐사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단은 상류 지역에서 내려와 소양3교 부근 민물가마우지 서식지로 향했다. 이곳은 버드나무 가지에 찢어진 검은 봉지처럼 가마우지가 수십, 수백 마리가 널려 있는 양상이고, 상고대로 유명했던 버드나무 군락지는 대부분 고사하고 있었다. 그 심각성을 자각하고 재조사 필요성을 확인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탐사대의 활동이 앞으로 의암호·소양호의 매력과 보존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이 되길 기대한다.

유은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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