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춘천시정을 대표하고 있는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으로 자가격리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한 지난 25일 각 부문별 공직자 재산 신고 자료가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요란스럽다. 핵심은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에 공직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노동부장관을 지냈던 라이시 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접하면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그 안의 불평등을 조명한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계급을 4개로 분류했다.

제1계급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the Remotes). 노동자의 35%에 해당하는 전문·관리·기술 인력으로 노트북으로 장시간 업무를 해 낼 수 있고, 화상회의를 하거나 전자 문서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제2계급은 필수적 일을 담당하는 노동자들(the Essentials). 노동자의 약 30%로 의사·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음식배달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 위기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담당하는 이들로, 일자리는 잃지 않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제3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the Unpaid).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제4계급은 사회에서 잊혀진 노동자들(the Forgotten). 이들은 교도소나 노동자 캠프, 노숙인 시설 등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크다.

라이시 교수는 제1계급을 제외한 3개 계급은 정부나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할 대변자들이 없으므로 위기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것들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일 한국은행조사국의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임금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노동공급이 4.9% 줄고 임금도 2.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남성이나 임시·일용직, 저학력·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행히도 1년여 전 라이시 교수의 지적이 우리의 현실로 된 것이다.

이번 춘천시장 등의 코로나19 격리 사태를 보면서 시정을 책임지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 준비에 대한 소홀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사가 갑작스레 진행된 것이 아니고 나름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텐데, 공연자에게 코로나19 예방에 대한 사전 주의나 점검이 없었다는 점은 명확히 주최측의 잘못이다. 미흡한 행사 준비로 시민들의 민원이나 면담 등 시정을 완전히 헝클어 놓은 것이 아닌가.

다른 사례도 있다. 오는 4월 3일(토) 세월호 추모 ‘416합창단 초청 춘천공연’을 준비하는 시민 모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참석하는 시민에게 사전 신청을 받는 등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치밀한 준비와 배려에 경외심을 보낸다.

이러한 시민들의 경각심과 인내로 춘천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적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는 춘천 역시 비껴가지 않았다.

사회지도층과 공직자들은 이러한 시민들의 노력에 대한 보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시민들을 생각할 때, 이들 사회지도층 등이 자리해야 할 곳은 공연장의 1열이 아니라 비정규직 및 홀몸 어르신 등 삶의 현장 1열이라는 점을 명심(銘心)을 넘어, 미망(迷妄)을 떠나 깨달아 있는 본래 마음인 각심(覺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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