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강원대학교 교수 기본소득국민운동강원본부 상임대표)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코로나 사태의 종식이 가시권에 들어옴과 동시에 선거철로 접어들면서 기본소득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개발해 낸 일, 여가, 소득, 가정 등의 기본인식과 배치되는 기본소득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선보임으로써 낯설음으로 인한 막연한 저항감이라는 가장 어려운 정치적 관문을 1차 넘은 느낌이다.

하지만 기본소득 자체가 아직 재원,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 정치적 수용성 등 측면에서 완성된 것은 아니어서 비판은 여전하다. 비판과 반대는 두 유형이며 보수와 진보진영이 각각 제기한다. 전자는 보수야당 및 보수언론이, 후자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론자와 여당 내부에서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치지형은 중요한데 정책 아이디어란 결국 제도적으로 실현되어야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전자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정부가 돈을 주는 것은 노동윤리와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거나 누구에게나 조건없이 일정 소득을 주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심지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색깔론까지 있다. 이런 주장들은 논리적·경험적으로 정교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경향이 있어 대응논리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일부인 사회보장론자들의 비판은 보다 정교하다. 그들은 기본소득론자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 정책의 배경, 즉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없는 성장이나 노동의 종말같은 담론들이 위기를 과장하며 현실에서는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므로 기존 사회보장제도로 짜여진 사회적 안전망을 보강하는 것으로 대응가능하다고 본다. 부자들까지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에 어렵게 충당한 재원의 복지효과를 낮추며 기본소득이 주장하는 경기부양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대응논리는 있다. 4차산업혁명이 초래할 일자리 위기와 소득의 불안정성은 거대규모로 급속히 진행되어 기존 사회안전망의 보강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거나 빈곤과 실업 등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복지를 집중 지급하는 것이 부자들까지 지급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것은 수급대상 선별과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 전체 복지효과 면에서 더 나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가이며 이는 결국 통찰력과 비전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복지론자들의 비판은 기본소득이 공적 부조와 사회보험에 입각한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하리라는 생각이 배경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보완적 운영을 주장하지만 그 엄청난 재원이 감당되겠냐고 반문한다. 결국 증세는 필수인데 선거철에 제기되는 증세론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세금 더 걷는 정부 좋아할 국민은 없으며, 따라서 선거철에는 감세담론이 지배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소득론자들은 용감히 증세를 주장한다. 세금을 더 내도 국민 중 85% 이상이 내는 세금보다 받는 소득이 더 많도록 설계가 가능해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징세는 주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보다 높은 생산성과 소득을 올릴 거대기업이나 고소득자들이 대상이고 서민과 중산층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아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세상을 바꾸는 거대기획이다. 하지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난무하는 일자리 공약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학생이 취업으로 좌절하고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은 이제 획기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확인시킨다. 선거는 정책아이디어를 제도로 전환할 기회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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