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리(제로웨이스트 춘천)

춘천의 한 폐합성재생재료가공처리업체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처리 물량이 포화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쓰레기의 절대량은 늘었지만 재활용 비율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전보다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배출량이 전년대비 25%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늘어난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소재 배달용기로 9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고급 소재(PP, PE, PS)라고 한다. 이런 고급 플라스틱이 지자체 처리시설(환경사업소)에서 제대로 선별이 안 되고 있고, 인력과 시스템의 부족으로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춘천시 환경사업소에서 하루 소각할 수 있는 용량은 170톤인데 매일 평균 200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나머지 30~40톤은 직매립하고 있다.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소각 또는 매립이 줄어든다.

개인이 깨끗이 씻어서 쓰레기를 내놓아도 수거 과정에서 선별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이야기다. 춘천시 인구 28만 명에게 깨끗이 버리기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심 내 재활용 선별장을 5개 정도 만들어 그 시스템을 잘 관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재활용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재활용 선별장을 다른 말로 하면 폐기물 적환장인데, 춘천시 인근 구리시는 이미 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재활용이 안 되는 모든 쓰레기를 모아서 분해·분리하여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중간작업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물상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개인 고물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었다. 이제는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더 체계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적환장은 인적이 드물고 외진 시골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 눈에 잘 보이는 가까운 곳에 설치하고 교육현장으로도 활용해야 한다. 현재 춘천시 안에 그런 장소가 한 군데 있다. 바로 춘천역 근처 구 캠프페이지 부지다. 2005년 춘천시에 반환된 후 아직도 오염물질이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 시민복합공원 조성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오염물질이 나오는 곳에 공원을 만들어도 시민들의 발길이 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아예 이곳에 폐기물 적환장 ‘춘천 자원순환 공원’을 만드는 건 어떨까? 옛날 미군들이 버린 쓰레기 문제를 고발하는 현장에서 현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의 장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얼마 전 자원순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하러 시청에 갔는데 ‘일회용품 없는 청사’라고 써 있는 플라스틱 배너를 여러 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2층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 용기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심하게 일회용품을 쓰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말 춘천시가 쓰레기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쓰레기 문제에 좀 더 돈을 써야 한다. 예산이 없다면 시청에서 일회용품을 쓰면 벌금을 내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 그 돈을 모아서라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관이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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