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동 번개시장은 ‘관광형 야시장’과 ‘벽화문화의 거리’라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공방과 갤러리들이 문화의 거리에 한 몫을 더 한다. 번개시장 입구에서 200m 들어가다 보면 공방 몇 곳이 모여 있고, 우측으로 ‘설운 갤러리’라는 간판이 보인다. 공방의 황토색 외벽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정겹고 재미있는 서당풍경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실내에는 20평 남짓한 공간에 오밀조밀, 화려한 색채의 민화가 걸려 있고 벽화, 액자, 족자, 신발, 의류, 소품, 가구, 장식품, 부적 등 다양한 민화를 접목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설운 갤러리’는 민화와 불화를 그리는 배미향 작가의 전시장 겸 수강생 교습소이자 공방이다. 배 작가는 3년 전 이곳으로 작업실을 옮겨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대전 초대작가이자 각종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개인전, 작가전, 여러 차례의 <중국 특별초대전> 등 많은 전시와 수상 이력의 민화작가다.

설운 갤러리 공방의 전경

민화가 생소하고 특이한 회화 장르라는 입장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들었다. 너무 섬세하고 복잡한 그리기 작업이라며 작품 한 점이 몇 개월, 혹은 1년 넘어야 완성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했다.

“선생님! 민화가 뭔가요?”

“민화는 과거에 일상생활에서 장식으로 쓰이거나 자연, 인물을 소재로 한 민속적이고 대중적인 실용화였어요”라며 설명해 주었다.

“작품은 잘 팔리나요?”

“춥고 배고픈 직업이 그림 그리는 거예요”라며 한탄조의 농담을 했다. 하지만 배 작가는 민화를 그리는 순간순간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매 작품마다 어떤 그림이 완성될까 기대감에 설렌다며 미소를 지었다.

공방의 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배미향 작가

한지에 그린 밑그림 위에 명반, 아교를 섞은 물감을 칠하고, 명암을 넣는 ‘바림(그라데이션 기법)’이라는 기법을 거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긴 과정을 들려주었다. 민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분채’와 ‘석채’라는 ‘색’의 선택이라고 했다.

배 작가에게 민화의 의미를 물었다. “제 인생의 전부이고 그림과 한 몸이에요”라는 말에서 민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졌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의 거리 상가입주자를 대상으로 ‘다탁만들기’ 프로그램을 준비중이고, 앞으로 계획은 작품 전시회라고 했다. 작가로서 마지막 작품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향 작가의 작품으로 만든 반닫이장

배 작가는 수채화나 유화 등 현대적 회화 장르에 밀려 전통민화가 평가절하되고 등한시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전통을 이을 후학들이 절실하다며 다행히 최근 민화가 미미하지만 재조명되는 분위기를 반기었다.

일반인 대상의 수강료는 주 1회 기준으로 월 10만 원이라고 했다. 수강생에게 모시발, 신발, 의류 등에 민화를 접목한 실용적인 작품들이 인기라고 한다.

코로나로 수강생도 줄고 힘든 상황이지만 천직으로 여기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작품에 몰두하는 배 작가의 공방에서 민화 교습을 원하시는 춘천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소양정길 30 / 010-3885-3861
 

김현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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