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운 (녹색평론 독자모임 회원, 연세대학교 RC융합대학 학사지도교수)

봄 햇살 덕분인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꽃향기가 묻어 온다. 봄바람 타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조금 부지런을 떨어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 일터로 가는 길은 출근길을 소풍길로 만드는 아주 쉬운 마법이다.

봄호 《녹색평론》을 찬찬히 읽다 보면, 진보적인 도시정책을 펼치고 있는 보고타의 ‘시클로비아’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보행자, 롤러스케이트, 자전거 등에만 도로를 개방하는 차 없는 거리 행사이다. 시클로비아는 보고타에서 시작되어 27개국, 496개 이상의 도시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행사가 보고타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몇몇 자전거모임의 회원들의 개인적·정치적 열망으로 시작된 자전거 행사(일명 위대한 페달의 데모)가 지방정부기관의 고위 기술관료들의 동의로 성공적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은 생경스럽기마저 하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아메리카신체활동네트워크(RAFA/PANA)는 보고타를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건강한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이 시클로비아에 최고상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9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도시환경 특집으로 보고타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을 만큼 환경분야에서도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보고타시가 이 행사에 지원하는 비용은 1인당 연간 6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물리적 활동으로 인한 건강 편익에 대한 비용편익 비율로 환산하면 3.23~4.26이 된다고 한다. 즉, 1달러를 투자했을 때 직접 의료비용을 3.23~4.26달러를 절약하게 된다니! 시민 건강을 위한 그 어떤 프로젝트가 이토록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시클로비아 사업은 저비용으로 직접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도시정책 수단임이 분명하다.

이 행사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는데, ‘레크레오비아’라는 다양한 레크레이션 활동을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이다. 레크레오비아란 스페인어로 ‘recreo’(레크레이션)과 ‘via’(도로)를 합성한 말이다. 이를 통해 시클로비아를 보완해 주고, 공원 사용을 늘리며, 무료 레크레이션 활동을 확장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재작년에 퇴임한 보고타의 전 시장 엔리케 페내로사는 재임중에 시클로비아 도로를 17km나 확대했고 이 행사를 함께 즐겼다고 하니 부럽기마저 하다. 그는 소득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없는 평등과 행복을 위한 공공공간을 보고타 전역에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활동 친화적인 도시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 이제는 우리 동네로 시선을 돌려 보자. 춘천형 시클로비아도 정말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 시청에서 출발하는 ‘자전거대행진’이 있다. ‘두바퀴로 가는 세상’ 회원들은 자동차가 점유하고 있는 도로 위에서 자전거와의 동행을 외치며 오늘도 달린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제 더 나아가 자동차만 다닐 수 없는 길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시민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정책결정자의 판단만 기다리면 되겠다. 누군가는 시장 선거에 나와 국적 불명의 ‘21분 도시’를 외치던데, 자전거로 돌아 보니 춘천은 15분이면 정말 충분하다. 어떤가, 자전거면 충분한 도시,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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