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그 많던 춘천의 서점은 어디로 갔을까
[문학과 사회] 그 많던 춘천의 서점은 어디로 갔을까
  • 박제영 (시인)
  • 승인 2021.04.08 09: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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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시인)

31세에 요절한 박인환 시인, 그리고 그의 시 <세월이 가면>은 박인희의 노래로 유명해진 것은 말을 안 해도 아실 터. 오늘은 그가 1945년 스무 살 때 종로에서 운영했던 서점 ‘말리서사(茉莉書舍)’ 얘기를 하려고 한다. 흔히 ‘마리서사’로 불렸는데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모던한 서점이라 문인들은 물론 식자연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들었다. 박인환 시인이 왜 말리(茉莉)라는 단어를 책방 이름에 썼는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다. 마리 로랑생에서 따왔다는 설과 안자이 후유에(安西冬衛)의 시집에서 따왔다는 설, 그리고 그 둘 모두 맞다는 설. 박인환 시인의 부인인 이정숙 여사는 훗날 이렇게 회고한다. “마리 로랑생이라는 프랑스의 여류 화가가 있었는데, 그 여자를 좋아해서 그녀의 이름 ‘마리’를 붙였다고 한 말을 들었다.” 이를 통해 마리서사는 마리 로랑생에서 차용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또 하나는 박인환 시인이 좋아한 일본의 모더니즘 시인 안자이 후유에의 시집 《군함말리(軍艦茉莉)》에서 차용했다는 건데, 박인환 시인과 친했던 박일영이라는 초현실주의 화가가 지어 주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지금은 없지만 내 서늘한 가슴에 아직 남아 있는 서점 중 하나가 마리서사다. 그 마리서사(茉莉書舍)라는 간판을 단 서점이 한때 춘천 요선동에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없다.

춘천 명동에는 책 대신 일본식 덮밥과 술을 파는 서점이 있다. 낮에는 밥을 팔고 밤에는 술을 판다. 상호명은 ‘경춘서적’이다. 원래는 ‘경춘서점’이라는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춘천의 유명한 헌책방이었다. 또 하나의 헌책방 ‘명문서점’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경춘서점’은 이제 없다. 주인이 몇 해 전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50년 했으니 50년 더해서 백 년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이제 헌책방 ‘경춘서점’은 없다. ‘경춘서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경춘서적’에서 일본식 덮밥을 먹고, 사께를 마시며 그저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지난 2017년 춘천 온의동에 문을 연 ‘데미안책방’은 전체 3층, 540여 평에 이르는 초대형 서점이다. 10만여 권의 도서를 비롯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키드 존, 누구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400여 개의 좌석, 북토크를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실, 베이커리 카페, 추억의 엘피(LP) 판매장 등을 갖춘 ‘데미안책방’은 서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복합문화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데미안책방’을 만든 김현식 대일광업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으로서 지역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데미안책방’을 차렸지만 안타깝게 한계에 다다랐다”며 조만간 폐업할 것임을 알렸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데미안책방’도 불과 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춘천시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춘천시는 앞으로 5년간 국비 100억 원과 지방비 100억 원, 최대 200억 원을 투입해 문화도시 육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춘천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제대로 자리매김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 춘천의 문화 인프라로서 서점 육성 방안도 함께 고민을 해 준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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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억 2021-04-08 17:55:21
개인의 연간 책 구입 내역 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요. 서점마다 참고서며 문제집이 절반 이상 차지하고 턴오버도 빠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