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탄리 아침 산길의 명상] 이제 또 봄을 어찌 여윌 것인가
[고탄리 아침 산길의 명상] 이제 또 봄을 어찌 여윌 것인가
  • 김성한 (고탄리 숲지기)
  • 승인 2021.04.08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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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탄리 숲지기)

오늘따라 몸이 가볍다. 그리고 몸에 숲의 정기가 묻어 오는 느낌이 든다. 매일 한 시간 정도 내 몸을 위하고 내 식구들을 위해 건강을 먼저 챙기려 나선 이 아침, 아직은 약 한 톨 안 먹고 사는 이 기쁨은 무엇인가, 그 흔한 감기조차 지나치며 사는 행운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은 또 이런 상념으로 연결된다.

고기 섭취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진정제, 마블링 촉진제, 착색제, 살충제, 지방 등 수많은 첨가물을 같이 먹어야 해 질병의 원인이 되고 가축도 도살될 때의 고통이 고기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끔찍한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고, 농사 대신 가축을 기르기 위해 경작지를 풀밭으로 만들고, 산림도 초지 조성을 위하여 벌목을 하므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스스로 파괴하는 재앙을 초래하고 곡식의 부족으로 사람이 굶주리게 되고 가축은 배 터져 죽고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은 병들어 죽어가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먹을 것이 지천인 곳이 되어 무엇을 가려 먹을까를 걱정하는 나라인데 왜 예전의 단백질 부족으로 집에서 기르던 개라도 잡아먹어야 했던 슬픈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왜 온갖 미네랄 등의 영양소를 다 갖고 있는 완전 영양의 보고인 채소를 멀리할까?

세상의 모든 생명들은 다 살 권리가 있고 그러므로 사람이 다른 동물을 죽일 권리는 절대 없으며 세상의 생물들이 오직 서로 의지하며 살며 은혜를 입고 입히는 존재들이라 인간들끼리만은 절대 살 수 없다.

그래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역시도 함부로 할 수 없는데 풀 한 포기는 수많은 곤충을 끌어안고 살며 그것들의 집이며 삶의 장소이며 폭우에는 이 지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땅속에서 뿌리들이 실타래처럼 엉겨 물을 빨아 움켜쥐고 있는 풀들의 노고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옮아갈 수 없도록 운명 지어져 있으면서도 코끼리와 기린, 하마, 코뿔소 같은 거대한 짐승에게도 젖줄이며 생명이 되고. 세상을 향기로 채우는 생애가 그러한데 왜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공부하지 않을까? 무지는 악이요 악은 무지의 사생아일까?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숲속을 걸어 보라. 세상의 오염된 먼지를 걸러 정화시켜 주고 우리의 마음과 폐부와 눈물까지 닦아 주는 산의 은혜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깨달으리라. 하산 길가엔 제비꽃이 잠 깬 아가처럼 방긋이 웃고 있다. 벌써 까드득 까드득 웃는 녀석들도 있다. 아직도 시린 봄을 시샘하는 바람에 배냇저고리가 얇아 보이는 저 솜털이 보시시한 이른 봄꽃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세상은 늘 겨울만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꼭 절망만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길고 뼈저리도록 시린 추위의 겨울 끝엔 희망과 회생이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다만 인간들만이 지레 힘들어하고 포기하고 아파할 뿐 때론 저 여린 생명들만도 못하다.

이른 봄의 숲속의 여린 연분홍 올괴불나무 꽃은 너무 쉽게도 지고, 산 동백나무 꽃들도 따라서 지고, 진달래가 곧 온 산에 불을 지필 것이다. 이 화사하고 아름다운 봄은 너무 짧고 지는 꽃은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애달프게 하는가. 봄마다 순식간에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고 서러워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푸르던 환희의 시절은 늘 짧은 봄만 같은 것, 어떻게 하면 인생을 봄처럼 기쁘고 설레게 살아야 하는지, 진달래 고운 색으로 물들여야 하는지 모르겠고 가는 봄만 내내 아쉬워하며 못 먹지만 한잔의 술이 생각난다.

집 주위의 산수유도 벌써 활짝 피었다. 이제 또 봄을 어찌 여윌 것인가. 술기운으로나 달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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