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지난 3월 22일 강원도는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사업으로 한중문화타운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인민일보》 온라인 자회사 인민망과 코오롱글로벌, 대한우슈협회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의 주총에서 중국자본의 민간투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어 기존 중국복합문화타운을 한중문화타운으로 사업명을 변경하고 사업 규모도 6천억에서 1조 원대로 키우기로 한 데 대해 연내 착공을 위해 강원도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29일 게시된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불과 사흘 만에 27만 명이, 열흘 만에 43만 명의 국민이 동의하면서, 이름만 바꾼 사실상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에 대해 도민을 넘어 국민적 반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무분별한 중국문화 보여 주기나 중국 상품 간접광고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얼마나 큰지는 역사왜곡과 중국문화 보여 주기 논란을 일으킨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드라마가 종영된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자행해 온 소위 동북공정이나 문화공정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깎아내리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무례하고 무리한 노골적 행위들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는 국민적 반감만이 아니다. 사업의 타당성 자체도 매우 부족하다. 이 사업은 원래 2009년 민간사업자가 춘천과 홍천에 걸친 사업부지에 강원도 최대 복합관광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가 부도가 났고, 당시 건설사였던 코오롱글로벌이 사업권을 이어받은 것이다. 2015년부터 골프장을 완공하고 운영해 왔으나 코오롱글로벌은 사업권 전체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 왔다. 그 결과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오롱글로벌, 강원도지사, 중국 《인민일보》와 그 자회사 인민망 등이 참여해서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강원도와 도민의 필요에 의한 사업이 아니란 말이다.

사업의 목적 또한 동의할 수 없다. 기존 차이나타운이라는 것은 과거 화교분들의 생활 터전이다. 특유의 건축물이나 식문화를 접할 수 있었기에 내국인들이 찾았던 것인데, 이는 자생적이고 소규모이다. 그러나 1조 원에 이르는 중국자본을 투입한 한중문화타운의 목적은 무엇인가? 외국인들이 중국문화를 체험하고자 중국에 가지 않고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중국인 역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자 전국에 수많은 역사문화 관광지를 두고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중국자본이 이익을 취하는 것 외에 어떤 목적의 사업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단순히 사업 규모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자금조달 계획도 알려진 바 없다. 그런데도 강원도는 대체 무엇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이 사업이 일대일로(一對一路) 사업의 일환처럼 회자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난 2019년 12월 협약식에서 최문순 지사가 직접 관련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우리 정부가 직접 참여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을 낸 바가 없다. 미·중 간의 갈등이라는 국제관계 속에 매우 첨예한 외교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넘어 자칫 국익에 손상을 주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강원도민은 전부 외자 유치를 통해 추진한다던 레고랜드 사업에 도민 혈세 수천억 원을 주저 없이 밀어넣은 도 집행부와 이를 견제하지 못했던 도의회의 일을 생생히 알고 있다.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사실상 차이나타운 사업을 강원도가 또다시 강행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드시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 강원도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강원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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