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설치된 광역울타리 유지·관리 체계 마련 시급해
수로 가로지른 그물망 등이 인재로 이어질 가능성 커

지난 12일 강원 화천군과 춘천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3마리의 폐사체가 추가로 발견됐다. 강원도 ASF수습본부에 따르면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지난 12일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야산에서 1마리,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와 백양리 야산에서 1마리씩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화천에서 412건으로 가장 많이 발견됐고, 이어 춘천 128건, 인제 69건, 양구 66건, 철원 35건, 영월 11건, 양양 8건, 고성 4건, 강릉 3건 등이다.

이제 지난해 환경부가 ASF 확산을 막겠다며 내놓은 정책이 국토를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초장거리 울타리, 이른바 광역 울타리 설치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초까지 1천100억 원을 들여 총 2천km의 광역울타리를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설치했다.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한강유역환경청 관할 구역 출입문(왼쪽), 부목 등을 보완해 출입을 차단한 춘천시 관할 구역 출입문(오른쪽) 

이러한 조치는 2년 만에 ASF 차단을 성공한 유럽 체코의 사례를 따 온 것이다. 그러나 평야지대로 비교적 울타리를 치기 쉬웠던 체코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 많아 멧돼지의 사체를 찾거나 포획하기 어렵고, 도로에는 울타리를 설치할 수 없는 등 농민과 주민들의 무용론이 제기됨에 따라 최근 광역울타리를 더 이상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광역울타리가 질병 확산을 늦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기존 울타리는 계속 유지·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지·관리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 일례로 최근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남산면의 경우, 문배마을까지 오르는 일반도로에 설치된 차단문은 열려 있거나 심지어 닫히지 않도록 철사로 묶어 놓는 등 관리가 전혀 안 된 채 방치되고 있다. 또한 계곡을 관통하는 수로에도 멧돼지 이동을 막으려고 쇠파이프를 대고 그물망 쳐놓아 우기가 되면 인위적 수재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광역울타리 설치는 멧돼지의 이동을 제한하기보다 감염지역으로 들어가는 민간인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신경철 강촌1리 이장은 “광역울타리 관리에 대해 춘천시에 문의했지만, 시 소관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광역울타리를 칠 때 구곡폭포 진입로는 관광객이 탐방하는 곳이라 녹색 철조망 설치를 요구하여 녹색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이렇듯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우기가 되면 수로에 설치한 울타리나 그물망이 오히려 수로를 막아 토사가 넘쳐 흐르는 등 수재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만약 수로를 막은 차단 시설 때문에 도로에 물이 넘쳐 유실된다면 문배마을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할 형편이다. 시나 도 차원에서 환경부 사업이라고 팔짱을 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인근 주민들이 울타리 관리자로 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우려와 보완책 마련의 시급함을 전했다.

이창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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