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연(어쩌다 농부 대표)

2016년 11월, 아무 연고 없던 춘천 땅에 내려와 가게를 차렸다. 당시 로컬에서 생산한 재료를 로컬에서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춘천은 인구 30만이 조금 안 되는 작은 도시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춘천으로의 이사를 결정했고, 이제는 춘천에 살게 된 지 5년차다.

춘천에 처음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청년 사장님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사는 필자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춘천에서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지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청년들이 사업에 많이 뛰어드는 만큼 새롭고 재미난 일들이 많이 시도될 것이었고, 춘천은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거의 생각이 얼마나 가벼웠는가를 깨달았다.

춘천 대부분의 청년 사장님들은 자영업자다. 2019년 발표된 《자영업 가구 빈곤실태 및 사회보장정책 현황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주 52.8시간으로, 가장 장시간 일을 하는 직군으로 발표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자영업자가 하루종일 마주하는 건 손님, 그리고 매장에 있는 창밖 풍경 정도가 전부다.

이는 지역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 흔히 사업을 시작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개인의 실력이 성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빠르게는 20대 초반에 시작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전부를 쏟아 놓는다. 모든 걸 쏟는 만큼 채우는 것도 따라야 성장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은 그럴 여력이 없다. 운동을 하고 그만큼 양질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근육이 만들어지는 대신 몸이 상한다. 마찬가지로 청년 사장님들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만 한 탓에 빠르게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초반에는 눈에 띄다가 금방 사라지는 가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년 사장님들에게는 좋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영양분은 ‘교육’이다.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작은 매장 안 혹은 창문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카페 사장’이 되기보다는 ‘커피 장인’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기업가 정신, 경영, 마케팅, 시장 트렌드에 대한 교육이 따라 줘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금전적·시간적 압박에 시달리는 개인들이 전부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유행이다.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을 뜻한다. 다른 어느 때보다 서울과 다른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서 매력을 찾고 있다. 필자가 그랬듯, 또 다른 매력을 보고 춘천을 향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다. 지역을 찾는 이유도 ‘관광지’에서 ‘매력 있는 공간’으로 바뀌는 중이다. 결국 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작은 소상공인이다. 춘천에서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 기관을 만들면 어떨까? 단순히 창업의 시작을 돕는 일보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다.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면, 이는 곧 양질의 인프라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은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함께 성장하여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시키는 방향의 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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