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Do 성교육연구소 전세원 대표

고민을 함께하고 질문에 대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녀. 성교육 전문가를 작정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란다. 간호사로 의료기관에 있을 때,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발달장애인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받았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다 보니!”란다.

둘째 아이

“둘째 아이가 3살 때 개미를 보러 가고 싶대요. ‘고래밥’을 사서 발로 잘근잘근 부셔요. 그러고 난 뒤 턱을 괴고 기다리면 개미가 찾아와요. 그 개미를 따라가서 집을 발견하고 좋아해요. 개미 보고 싶은 날의 모습입니다. 저는 천재인 줄 알았어요. 말은 빨리 시작했는데 언어 확장이 안 되고 소근육 발달이 덜 되더라고요. 좀 늦더라도 학교 가면 다 할 테니 걱정 말라는 주변 분들의 말씀에, ‘이상하다’ 생각되어 검사받으려고 하니 ‘왜 장애로 생각하느냐?’는 가족들의 반대에 제때 받아야 할 검사와 교육을 놓쳤어요.”

All Do 성교육연구소 전세원 대표

경계성 지능장애(IQ 71~84에 속하는 지능으로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선으로 분류)였다. 처음 진단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는 너무나 힘들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뜻이 있을 거고, ‘이 상황을 감당할 만하기에 나에게 허락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을 끝냈어요. 처음에는 ‘이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서 보호해 줘야지!’ 했다가 ‘이 아이의 적응력을 키워 줘야겠구나!’로 생각이 전환됐어요. 되는 것은 되게,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얼마 전 강릉에서 버스 타고 친구를 만나고 점심을 먹고 2만1천 원짜리 마블펜과 장을 보고 집으로 왔더라고요. 너무 뿌듯했어요.”

마트에서 잔돈을 받으려고 하염없이 기다리면 옆에서 함께 기다려 주고, 생활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함께 하면서 반복하는 연습을 했다. 올해 도립대에 입학해서 배워 가고 성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성은 몸이잖아! 

이 아이가 어릴 때 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간호 전공으로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수학교육과로 편입해서 사범대학에 진학하며 아동 발달과 심리를 공부하면서 둘째의 다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주변 엄마들이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오지랖이 있어서 찾아보고 아는 범위에서 설명해 주고 상담해 주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성이 부끄러움이 아닌 일상으로 녹아든 거죠. 본의 아니게 토크쇼가 진행됐어요(웃음). 우리 아이의 다름과 질문들이 장애분야까지 관점을 폭넓게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성을 몸이라고 표현해요. 생식기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이고, 경계 존중으로 평생을 가야 해요.”

‘경계’ 라는 단어가 낯설어 되물었다. 

“나를 만져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잖아요. 장애인분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내 몸을 만져서 불편해도 도움이기 때문에 말을 못 해요. 그런 경계가 바로 서야 관계가 바로 서게 돼요. 그루밍으로 지배당하지 않도록, 거절해도 나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닌 것을 알아 가야 해요.”

가정마다 환경과 규칙과 분위기가 다르듯 성에 대한 경계를 존중해 주며 공공성을 지닌 규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 감수성의 전문가 

“상담센터 등 기관은 많은데 전문가가 별로 없어요. 강원도에는 특히 없고요. 장애 감수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있어야 해요.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함께 하며 꾸준히 제대로 배우게 도울 수 있는 전문가요. 그러면 달라져요. 우리 아이에게 엉덩이를 툭 치면서 만져도 되냐고 하면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내가 맛있는 것도 사줬잖아’라고 얘기하면 힘들어해요. 그래서 역할놀이를 하면서 꾸준히 제대로 말하고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요. 지금은 ‘내 몸이니까 만지지 마!’라고 얘기합니다. 2년 정도 걸렸어요.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투입돼야 해요.”

장애인을 잠재적 문제자들로 보는 인식을 뛰어넘어 성장 과정중에 있는 인격체로 바라보는 인식과 감수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말한다. 올해 포괄적 성교육 매뉴얼 작업팀에 들어가서 서울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긴 해도 발달장애에 대한 성교육 매뉴얼을 만들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부모로서, 그리고 전문가로서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소중한 기회이다.

거북이는둘째 아이가 그린 그림. ‘찾았성’ 제목은 발달장애 아이가 그린 그림(발달장애 아이들은 글자가 겹쳐 보인다).

춘천 성교육 수준

“저도 아직 정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고민을 같이 하다 보면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정답이 아니더라도 좋은 방향과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성착취물이나 불법촬영물을 통해 아이들이 성을 알아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안에서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야 해요. 서로 간에 경계를 존중하며 관계를 맺어 가야 해요. 강원도에는 기관과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을 통한 교육이 많아요. 춘천은 대규모로 센터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거죠. 다른 지역은 개인 교육들이 활성화된 편이에요. 엄마들이 모여서 스터디카페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을 모아 줌(ZOOM)교육을 하기도 하고요. 춘천보다는 수요가 많아요.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사실 기관이 해야 해요. 혼자서 하는 것은 버거워요. 하지만 그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달에 유튜브 촬영이 잡혀 있단다. 특수교육 선생님들 대상 촬영도 있어서 긴장 태세란다. 부모이기도 하고, 의료인이기도 했고, 성교육 연구 전문가이기도 하고, 도와 주는 분들도 생기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장애인을 둔 가족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고민했고, 함께했고, 풀어갔기에 말에 힘이 있는 전달력이 있는 엄마이자 전문가였다.

그녀가 성으로, 장애 감수성 전문가로 꿈꾸며 그리는 이후가 너무 기대된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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