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환(전농 춘천농민회 회장)

금방이라도 농지의 무법적 소유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4·7보선이 끝나자 이내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면서 정부의 긴급 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소 잃고도 외양간도 못 고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농지를 둘러싼 세상이 난리가 났는데 정작 당사자인 농민들이 저항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해 농가경영체 등록현황을 관리하는 관련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춘천시 농가경영체 등록상 농민수는 거주지 기준으로 약 1만5천 명이다. 이 중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농민수가 9천700명이고 동 지역 거주자가 6천여 명이다. 동 지역 중 농촌지역을 포괄하는 거주자 1천350명을 제외하더라도 도시 거주 농민이 4천700명이다. 그 중 퇴계동과 후평동에 거주하는 농민수가 웬만한 면 지역 농민수보다도 많다.

춘천시 경영체 등록 농민 중 전업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수는 약 1만1천500명이고 겸업이 4천여 명이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농지 소재지 농민수가 1만7천300명으로 춘천지역 외 거주자 농민이 2천300명이라는 사실이다. 농가경영체 등록 농민 중 농민 기준에 미달하는 1천㎡ 미만 농가수가 6천700여 농가다. 실질적으로 농축산물 재배를 통해 삶을 영위하는 농민수는 대략 6~7천 명 정도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8~9천이나 되는 농민들의 상태이다. 또한 경영체등록에는 확인되지 않지만 임대농지가 60%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농지소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주고 있다.

난맥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농지법으로 1997년 이후 구입한 농지에 대해서는 임대를 줄 수 없다 보니 임대계약 없이 농사를 짓는 농지의 경우, 소유와 경작이 분리되어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비농업인이 농가경영체로 등록된 경우이다. 두 번째는 상속 농지를 비농업인이 경영체 등록을 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의 농지는 농지로서의 가치보다 부동산으로서 가치가 높다 보니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농지가 농지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32년째 농업에 종사하는 필자의 경우도 자경 농지는 목장지 2천㎡와 임대계약 농지 4천900㎡, 계약 없는 임대농지 4천㎡로 1.2ha 정도로서, 1개 농가당 평균 경작농지(약 1.7ha)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도 일부는 종중 소유 농지라서 임대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개인 소유의 농지 경우는 계약서도 없이 경작하고 있다.

농지를 농민만이 소유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문전옥답(門前沃畓)’이라는 말에서 보여지듯 농민과 땅은 한몸이 되어야 한다. 교통과 통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땅을 밟지 않으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민만이 농지를 소유할 때 농지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다. 먹거리 안전성,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범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친환경농업, 안정된 국민 식량생산기지로서의 역할 등을 수행함으로써 미래사회의 터전으로서 농지를 보호·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십수 년을 임대농지에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이 하소연하는 것은 노동의 힘듦보다 애지중지 가꾸며 친환경농업 터전으로 만든 임대농지를 언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농지는 농민만이 소유·경작하기 위한 제도와 법을 제대로 만들 때라고 본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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