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그저 죄 없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김수희 대학생기자

지난 4월 7일 현장에서 체포된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은 온라인 음성(音聲)채팅 서비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게임을 같이 즐겼다. 이들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고, 이 과정에서 김태현은 피해자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스토킹했다. 그는 미행을 통해 집 주소를 알아냈으며 수시로 교제를 요구했고, 피해자는 연락을 차단하고 피해 다녔다. 하지만 김태현은 결국 피해자의 집으로 퀵서비스라고 속여 문을 열게 했으며, 집에 혼자 있던 피해자 여동생(22)을 살해한 후 집안에서 기다리다가 5시간이 지나 엄마(59)가 들어오자 무참히 살해, 그 뒤로 1시간 후 피해자(25)가 들어오자 살해했다.

김태현은 살인을 한 이후에도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외출도 하지 않고, 세 모녀의 시신이 있는 집에 머물며 밥을 챙겨 먹고 집에 있던 맥주를 마시는 등 엽기행각을 벌였다. 이어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피해자(25)의 휴대전화 지문인식 잠금을 해제해 연관돼 있을 만한 SNS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목과 팔목, 배 등을 칼로 자해했다.

범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다. 누리꾼들은 “그러게 게임으로 만난 사람을 왜 믿었느냐”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IT시대로 한 번, 그리고 코로나19대로 또 한 번, 우리는 비대면 만남에 조금씩 더 익숙해졌다.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하거나 별난 일이 아니게 됐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연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흔해졌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범죄는 발생한다. 게임은 그저 죄 없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김수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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