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보경·허은미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 춘천사회혁신센터 ‘소소한 동네연구’
길고양이 입양 21가정이 들려주는 삶의 변화·길고양이 인식개선 희망 담아
‘안녕, 고양이’ 그림 전시회, 파피루스에서 5월 22일까지

원보경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길고양이를 입양한 21가정에게 10개의 질문을 던졌다. 우두택지 아파트 공사장에서 새끼고양이 ‘체다’를 구조하고 입양한 허미르 씨, 창고에서 발견한 새끼고양이 ‘달콩이’를 입양한 임혜선 씨 등은 고양이로 인해 변화된 삶과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변화, 세상에 대한 당부 등을 진솔하게 답했다.

21가정의 심층 인터뷰가 전하는 핵심은 생명에 대한 책임과 존중,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다. 이 같은 내용은 《길고양이 입양 후 삶의 변화: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이하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소소한 동네연구’ 6개 연구 중 하나이고, 최근 책자와 그림 전시로 소개되고 있다.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의 모임 ‘헬로우 캣’의 원보경 대표(고양이 전문 책방 파피루스)와 허은미 화가(오른쪽)가 심층 인터뷰《길고양이 입양 후 삶의 변화: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안녕, 고양이’ 전시회에서 길고양이 인식개선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소소한 동네연구’는 시민이 연구자가 되어 일상과 지역에서 겪는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찾아 정책적 제안을 제시하여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보고서는 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로서 ‘헬로우 캣’(길고양이를 입양한 사람들의 모임)의 원보경 대표와 허은미 작가가 각각 인터뷰와 그림을 맡았다. 길고양이를 입양할 때 꼭 알아야 할 상식도 담겨서 가히 길고양이 입양지침서라 할 수 있다.

원보경 대표는 “내가 고양이를 알게 된 후 인생이 달라졌듯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고, 그 이후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인터뷰와 더불어 길고양이 구조·치료·입양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 유기묘와 다친 길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대처와 입양 과정 등이 담긴 생생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경험할 사람들에게 지침이 되고자 했다. 지금까지 많은 길고양이를 입양시켰다. 입양한 길고양이 덕분에 가족이 화합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등 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품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발견·치료·임시보호·입양 등 춘천시의 정책적 뒷받침과 시민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21가정의 그런 경험과 변화가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허은미 작가는 “입양 고양이들을 그릴 계획은 없었다. 달콩이 가족과의 만남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내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창고에서 발견된 새끼 고양이 달콩이는 건강한 성묘가 되어 새끼 4마리를 낳아 다른 가정에 세 아이를 입양 보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족을 위해 달콩이와 아이들 그림을 선물했다. 그날의 감동으로 21가정 입양 아이들 모두를 그리게 됐고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더불어 나의 화풍도 달라졌다. 앞으로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그리게 될 것 같다. 나 역시 길고양이를 입양한 후 삶이 더 풍성하고 밝게 변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보고서에는 길고양이 인식개선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더불어 춘천시에 바라는 따끔한 제안도 담았다.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 쉼터와 길거리 급식소 설치 및 사료비 지원 △유기견 보호 위주인 춘천시반려동물센터의 역할 개선 △조례를 통해 길고양이 동물권 증진 등이다.

21가정과 연구자들은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에서 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이라는 것에 큰 아쉬움을 표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춘천은 반려동물 친화도시라고 선포했지만, 정책 대상이 반려견에 국한돼 있다. 길고양이 케어는 소수의 캣맘과 캣대디의 희생과 헌신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자료집과 전시회가 울림을 일으켜 시와 시민의 변화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동물보호센터 기본 업무가 유기견 보호소인 건 맞다.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 제13조 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이기에 법적 틀 안에서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센터는 길고양이 보호와 치료를 외면만 하고 있지 않다. 올해 현재까지 다친 길고양이 28마리가 입소했다. 그중 5마리는 치료 후 방사했고 1마리는 입양됐다. 캣맘분들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고양이 특성상 포획과 치료·보호가 쉽지 않은 것도 큰 이유다.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에서 보호대상이 되어야 지자체 정책을 견인할 수 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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