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기자

장애아동을 키우는 것이 마치 섬에 고립돼 생활하는 것과 비슷해 나온 말이 있다. 바로 ‘장애도(障礙島)’다. 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장애아동 부모들은 서로 의지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장애아동 부모들의 걱정거리는 아이의 교육 문제와 아이들이 주변 시선을 통해 받을 상처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특수학교’와 ‘통합학교 특수학급’이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특수학교는 175개다. 통합학교 내 특수학급은 1만676개다. 강원도는 7개의 특수학교가 있고, 특수학급은 382개다. 장애아들이 특수학교는 가기 힘들고, 통합학교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국 장애인부모연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달장애인들이 복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촉구했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시설 등이 휴관하며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활동지원과 방과후 돌봄을 확대하는 등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3년 전 2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삭발과 투쟁을 했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며 “실효성 있는 국가책임제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10% 정도만 하루 평균 4시간의 활동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 활동 지원 서비스는 단비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복지 사각지대 속에서 동네에는 ‘바보형’이 있었다. 그들은 발달장애 혹은 다른 장애를 지녔을 것이다. 그리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바보 콘셉트도 비슷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사용하는 ‘바보’라는 말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상처로 다가온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복지정책도 나아지고 사회적 시선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장애인 바이러스’ 취급하는 일부 사람들의 시선들이 이들 부모를 아프게 한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여느 부모와 똑같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조금 더딘 걸음으로 미래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며, 장애 역시 ‘다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사회에서 장애가 덜 특별해지는 것, 장애인 부모가 죄인으로 살지 않는 것, 비장애인 아이들이 누리는 교육 기회를 동등하게 갖는 것 등이 이들이 바라는 작고 소박한 소망일 것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다른 이들에게 별것이 아닐 수 있는 일들이 이들에게는 행복과 감사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란다. 아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미래는 제한적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이 낮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주간보호센터다. 장애인 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든 복지시설이다. 재활치료와 일상생활 훈련, 문화 프로그램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보호센터도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에게 센터뿐만 아니라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보호작업장뿐이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장애인 수는 20만 명이 넘지만 이들은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이면 신문과 방송에서 심심찮게 장애인 관련 기사들이 지면을 차지한다. 그러나 4월이 지나면 다시 시들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잠시 스쳐 가는 관심이 아닌 계속되는 제도개선을 통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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