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880년대는 자본가들이 다이아몬드로 이빨을 한다거나 100달러 지폐로 담배를 말아 핀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반면에 노동자들은 주급 7달러에 하루 12~16시간 혹사당하는 노예의 삶을 강요받고 있었다.

1886년 5월 1일 일군의 노동자들이 시카고 헤이마켓 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이고 있었다.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총파업 대오였다. 경찰은 실탄을 발사했고 노동자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 그다음 날인 5월 2일 총파업 대오는 약 30만 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고 노동자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바로 그때 경찰 진영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 경찰 7명이 사망했고 때를 맞춰 경찰은 파업 대오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노동자 수백 명이 사상당해 광장은 피바다로 변한다. 폭발사고의 주범으로 파업 지도부였던 스파이스 등 8명이 체포되고, 스파이스 포함 4명은 사형, 나머지 4명은 종신형에 처해진다. “나를 죽여라.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들은 일순간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머잖아 당신들의 앞과 뒤, 여기저기 곳곳에서 성난 불길이 들불처럼 타올라 당신들 어느 누구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스파이스의 법정 최후 진술이다. 135년 전 광장, 그날의 투쟁을 기억하고 또다시 투쟁하기 위해 1890년 5월 1일부터 만국의 노동자들은 MAY DAY, 세계노동절을 기념하며 투쟁을 결의하고 행동한다. 2021년 5월 1일은 세계근로절? 아니! 세계노동절! 131주년이다. 135년 전 폭발사고 그로부터 7년 후, 당시의 폭발은 자본가들의 조작극임이 밝혀지고 종신형 살던 3명(1명 옥살이 중 자살)은 무죄로 석방된다.

‘근로(勤勞)’는 ‘부지런히 일한다’라는 뜻으로 장려 내지는 강요가 내포된 수동적 단어다. ‘노동(勞動)’은 자신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능동적 행위를 말한다. 이름을 바꿔 부르면 어느 누가 좋다 하겠는가. 그것도 노예 같은 이름으로 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다. 작년 4월 박인균 도의원(강릉)과 허소영 도의원(춘천) 대표 발의로 강원도 조례와 도교육청 조례에 담긴 근로 또는 근로자를 노동 또는 노동자로 일괄 개정하여 ‘근로’라는 용어를 모든 공문서와 공식행사에서 쓸 수 없도록 했다. 이는 노동자 본연의 이름과 정체성이 법 제도적으로 확보된 것으로서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리고 투쟁하라.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평등! 평화! 자유! 전 세계다.” 세계노동절은 대충 행사나 치르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날이 아니라 투쟁을 결의하고 행동하는 날이다. 왜냐하면, 투쟁이란 어차피 노동자의 숙명 같은 것이라서, 재면 잴수록 피하면 피할수록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 아니! 노동자!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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