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간, 수뢰간폭포

수뢰간, 그곳에 눈길이 닿았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깨끗한 자갈과 너럭바위가 폭 10여 m가 넘는 강바닥을 하얗게 수놓았고, 맑은 물이 작은 내를 이루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뒤덮어 무더운 여름 태양을 가리고, 그 속을 거니는 나는 신비에 젖었다. 그곳에 한 늙은 선인(仙人)이 있어 사람 오는 줄 모르고 물에 발 담그고 상념에 젖어 있었다. 한참을 멈춰 있다가 나도 그 물에 땀으로 불은 발을 담갔다. 아! 그랬구나. 늙은 선인이 사람 오는 줄 모르고 있는 뜻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늙은 선인은 다름 아닌 이곳 춘천의 토박이 이태두 선생님이었다. 익히 안면이 있는 터라, 나는 말을 걸어 이곳 지명과 그 지명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에 있는 제보자로부터도 채록할 수 있었다.

이곳은 수뢰간(수래간, 수레간, 수려간)이라 하는데, 대룡산의 명소이다. 여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오고, 삼복더위 때는 이곳에서 천렵을 했다. 예전에 이곳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와서 하루종일 놀다가 갔다. 6·25한국전쟁 이후에는 춘천의 고등학교에서도 소풍을 왔다. 지금도 더위가 심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수뢰간폭포

그렇게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올 수밖에 없는 수려한 공간이었다. 수뢰간의 신비는 그곳에 나를 멈춰 있게 하지 않았다. 가방을 메고, 물 흘러오는 곳을 향해 다시 걸었다. 약 5분쯤 걸으니 터널을 이루었던 숲은 사라지고, 고개를 한참 들어야 끝이 보이는 절벽이 나왔다. 아름다운 절벽을 타고 하얀 물줄기가 마치 우레가 치듯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수뢰간폭포였다. 와, 이럴 수가.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대룡산에 이렇게 멋진 폭포가 있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춘천에는 구곡폭포, 등선폭포, 구성폭포 등의 이름난 폭포가 있다.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수뢰간폭포는 3단으로 떨어지는 폭포로 춘천의 또 다른 명소이다. 전체 높이는 15m 정도 된다. 수량이 많을 때는 정말 장관을 이룬다고 그곳에서 피서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사(祕史)를 들을 수 있었다.

향군농장(신촌2리, 1963.3.10. 시작)을 만들 때 농장으로 물을 대기 위해서 폭포 위의 못물 방향을 돌려 보냈다. 향군농장에 저수지가 있어서 그곳에 물을 보내기 위함이다. 그 때문에 폭포의 물이 줄어들었다. 가물면 폭포의 위용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다. 깊은 산속 폭포도 6~70년대 개발의 소용돌이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문헌조사를 했더니, 《조선지지자료》(1911)에 한글로는 ‘수뢰간’이라 쓰고, 한자로는 물 수(水)자 고울 려(麗)자 시내 간(澗)자를 써서 ‘수려간(水麗澗)’이라 하고, 고은동에 속해 있다고 했다. 이를 풀면 ‘물 고운 시내’가 된다. 고은동은 지금의 고은리이다.

이 물은 그 유명한 시냇물 공지천 ‘곰짓내’의 근원이 된다.

이학주 (문학박사,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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