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겨울 여름철새 바톤 터치
처참한 만천리 백로·왜가리 서식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과 함께하는 북한강 생태계 시민조사활동이 지난 2월부터 연말까지 춘천지역에서도 진행된다. 우리 마을 수변지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 보고자 월 2회 활동하는 생태조사팀의 일지를 월 1회 공유한다.편집자 주

조사단은 공지천(석사천)과 중도지역을 매월 한 번은 고정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심이 깊지 않고 유속이 느려 조류와 물고기 등이 꾸준히 찾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제법 푸근한 날씨에 공지천을 찾았다. 풀린 날씨만큼 제법 많은 조류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이외의 종류는 파악되지 않았다. 겨울 철새들이 떠났을 수도 있고 하천 정비사업으로 급변한 공지천 환경에 적응치 못해 다른 곳으로 이주했을 수도 있다. 특히 3월에 한 번 발견된 원앙 한 쌍은 그 이후 행적이 묘연하다.

아름다운 왜가리 자태. 하지만 나무가 고사하고 배분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등 만천리 백로·왜가리 서식지는 점차 파괴돼 가고 있었다.    사진=고학규 시민기자

공지천(석사천)은 풀, 나무, 돌과 물 등이 조화롭다기보다 간격 맞춰 잘려나간 나무, 깨끗하게 정리된 수풀, 잘 정비된 하천이 매우 인공적인 느낌이다. 인간에겐 깔끔해 좋을 수는 있겠지만 눈으로 봐도 물고기 산란지나 새들의 안식처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도지역도 조류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하중도에 알을 품고 있던 오목눈이 둥지는 맹금류 기습에 처참히 무너져 버려 조사단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새로 발견된 오색딱따구리 둥지로부터 위로를 받아야 했다. 잉어들의 산란으로 부산한 상중도 습지를 방문해 맹꽁이 서식처 확인을 위해 6월 재방문 일정을 잡기도 했다.

하중도에서 발견된 오색딱따구리.    사진=고학규 시민기자

이날 마지막으로 만천리 백로·왜가리 서식처를 방문한 조사단은 서식환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아름이 넘는 소나무, 낙엽송 고목들이 백로·왜가리 분변에 다량 고사했고, 그나마 남아 있는 몇 그루도 위태로워 보였다. 서식지 바닥엔 갓 부화한 알껍데기가 배설물과 나뒹굴었고 냄새도 고약했다. 소양댐이 생기면서 백로·왜가리 개체수가 많이 늘어 한때 약 2천5백여 마리까지 증가했다가 현재는 약 150개체만 파악되고 있다. 죽어 가는 나무와 서식지 파괴라는 생태적 문제뿐 아니라 소음과 냄새로 주민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시나 도에서는 대책 마련이 어려운 양상이다.

또한 강변지역에 위협을 가하던 가시박은 구봉산 끝자락, 만천리까지 정복해 나갔다. 가시박 제거 사업은 새싹이 나오면 한 해에 두세 번, 여러 해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더 많은 일손과 재원을 요하기 전에 빠르고 확실한 제거작업이 진행되길 바라고 또 추천한다.

유은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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