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에 핸드폰 대신 책을”

최고봉(홍천 오안초 교사, 예스24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천위원)

올해 초에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이 화제가 되었다. 소득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연결되는 상황, 코로나19로 제대로 등교하지 못했던 학생들 문제와 맞물려 문해력이 주목받은 것이다. 문해력이라 통칭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장 문해력, 문서 문해력, 수 문해력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어휘력, 유창성, 독서력 등도 문해력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읽고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문해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말씀이다.

학교에 있다 보면 책읽기가 너무 싫다는 학생을 자주 만난다. 억지로 읽어야 하고, 책읽기가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 스마트폰 속에는 너무나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유튜브로 상징되는 세상에는 정보도 넘쳐난다. 책읽기 대신 스마트폰과 가까이해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요즈음 많은 어린이 청소년의 꿈이 유튜버이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등록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많이 찾을 것 같은 기분이 드나 보다. 그러나 자고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별로 없다. 기발한 콘텐츠를 찾는 것부터 어렵고, 그걸 영상으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콘텐츠의 바다에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접속하여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신청하게 만드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다.

어린이 청소년이 책읽기를 싫어하게 된 건 교사와 부모의 책임도 크다. 책읽기의 출발은 ‘재미있는 책읽기’이다. 그런데 교사와 부모는 학생, 자녀가 재미있는 책 읽는 걸 싫어한다. 대신 좀 더 진지하고, 두껍고,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을 권한다. 재미있는 건 저급하고, 고상하고 덜 재미있는 걸 읽어야 좋은 것이란 생각이 무의식에 깔려 있는 건 아닐까.

재미있는 책은 더 많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재미있는 책 좀 아는 이에게 물어 볼 일이다. 높은 문해력은 결과이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그럼 ‘재미있는 책읽기’ 대신 따분하고 ‘재미없는 책읽기’가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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