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이 또래 모 박사는 7080 썰렁 아재 개그로 악명이 자자하다. 대화 가운데 아재 개그가 절반을 넘어, 어떤 이에게는 90%라는 핀잔을 받기도 한다. 실제 접해 본 그의 개그는 가히 불감당이다. 그 원성이 자자한 7080 아재 개그 시절 우스갯소리를 썰렁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마을에 바보가 있었다. 하루는 제대로 차려입고 이웃 동네로 놀러 갔다. 이웃 동네로 간 그는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처음 마주친 이에게 근엄하게 물었다. “저게 해입니까, 달입니다?” 그가 가리킨 것은 중천에 떠 있는 해였다. 질문을 받은 동네 사람이 멈칫했다. “…….” 그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저게 해입니까, 달입니까?” 주눅이 든 동네 사람은 기어드는 목소리로 “이 동네 안 살아서 몰라요…”라고 했단다.

70~80년대에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비롯해 바보 시리즈가 자주 입담에 오르내렸다. 바보란 말은 원래 ‘밥보’가 변한 것으로, ‘밥’에서 ‘ㅂ’이 탈락하면서 특정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보’와 합쳐져 ‘바보’가 된 것이라 한다. 즉, 밥만 먹을 줄 알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을 가리켜 바보라 한다.

당시 바보 시리즈가 유행한 것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된다. 엄중한 군부독재 시절,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침묵을 강요받던 시대였다. 그 시절, 바보 시리즈를 입에 올리며 바보를 조롱했다.

엊그제, 정확히 4월 24일 토요일 친구 딸 결혼식이 있는 죽림동성당을 찾았다. 오후 1시 예식이라 늑장 부리다가 시간이 늦었다. 친구의 축하금 전달 부탁까지 받은 터였다. 축의금 접수가 끝났을까 조바심에 허겁지겁 달려갔다. 다행히 접수는 끝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신랑 측에 친구 축의금까지 접수하고 느긋하게 방명록에 서명까지 마쳤다.

1~2분 후, 왠지 모를 싸~~함이 느껴졌다. “어? 딸인데….” 이미 엎질러진 물. 다녔던 대부분의 결혼식장이 신랑인 터라 주저함 없이 신랑 측을 향한 것이다. 세월의 관성과 관행에 나도 바보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바보가 되어 버린 나이에도, 엊그제 구순이 가까운 어머니와 통화하며 핀잔을 주었다. 너무 주변 일에 나서지 말라는 타박이다. 나이 들어 가물거리는 기억과 흐려지는 판단에 경계와 주의를 가지시라는 의미였다. 바보가 된 처지에 구순 어머니께 더 건강하게 사시도록 짐짓 핀잔을 드린다. 마음이 무겁다.

자식 핀잔 듣는 ‘아들 바보’ 어머니 가슴에는 여전히 그 사랑이 “하늘만큼 땅만큼” 가득할 터다. 바보처럼 살아가는 이 땅의 부모님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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