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 / 박창범 / 김영사 

말끔하게 회색 정장 재킷을 차려입은 노신사 한 분이 손수건을 펼쳐 손을 닦으며 오후 7시 설지 문을 들어선다. 그는 바로 ‘춘사톡톡’에서 함께 읽을 책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를 추천하신 김화존 선생님이시다. 줌(ZOOM)을 통한 ‘춘사톡톡’ 모임을 1일 진행하시기 위해 화천에서 빗길을 뚫고 오셨다.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함께해 온 하늘의 별, 달, 해를 통해 역사를 고증하고 검증한 천문 역사서라 하고 싶다.

천문과 역사의 조우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내지만, 천문 기록에 담긴 역사의 흔적들이 시사하는 바는 흥미 이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꽤 오랜 기간동안 천문 현상을 꾸준히 관찰하여 기록해 온 특별한 나라이다. 모든 천문 현상에는 시간 개념이 담겨 있어 천문 현상을 활용하여 그 현상이 일어난 과거 시점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천문 과학과 역사의 콜라보로 《삼국사기》의 천문 기록을 검증함으로써 삼국의 일식 기록이 중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하여 옮겨 적은 것이 아닌 독자적 실측이었음을 증명해 냈다.

태양 흑점에 관한 기록은 갈릴레이 갈릴레오보다 무려 1천여 년이나 앞선 것이며, 고대 오로라의 기록을 가장 많이 남긴 나라 또한 우리나라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일본 최초의 천문도가 조선 <천상열차분야지도>의 후예임을 증명해 우리나라 천문 과학사의 가치를 재조명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속수무책이었던 1인으로서 이 기회를 틈타 고마움을 전해 보고자 한다. 

별 그림이 새겨지기도 한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은 선조들이 남긴 지적 기록의 유산이며, 우리 역사의 여백으로 남아 있는 고인돌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단컨대 춘천 사람들뿐 아니라 모두의 자연이었던 중도에서는 지금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혹 잡석이라는 이름으로 야적(野積)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중도에 대한 톡톡님들의 열띤 토론은 끝을 내기가 어려웠다. 후대에 부끄러운 아픔의 역사로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지금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천문지》의 서두에서는 주역을 인용하여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늘 하늘에 비추어 그 뜻을 헤아리고 겸허히 본을 받는다”고 하였다. ‘춘사톡톡’*은 지혜로움을 얻고자 책이 곧 하늘인양 오늘도, 내일도 회원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이어 갈 것이다.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 춘사톡톡= 춘천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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